"진필중 마무리서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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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했던 기아는 시즌 막판 마무리투수가 없어 애를 먹었다. 중반까지 마무리로 활약했던 리오스(지난해 성적 14승5패13세이브)가 선발로 전환한 뒤 그 자리를 메워줄 재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아는 플레이오프에서 신인 김진우를 마무리투수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좌절했다. 초년병 김진우에게는 경기의 뒷문을 확실히 닫아줄 노련함과 배짱이 없었다. 기아는 LG에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그 실패를 교훈으로 기아는 스토브리그에서 과감한 베팅을 했다. 두산의 마무리투수였던 진필중(31.사진)을 트레이드해 온 것이다. 현금 8억원과 투수 손혁, 외야수 김창희를 내줬다. 그만큼 진필중을 믿었다. 기아는 리오스-김진우-키퍼의 선발 삼각편대에다 든든한 마무리 진필중을 앞세워 최강의 마운드를 구축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믿었던 도끼는 또 한번 기아의 발등을 찍었다. 진필중은 경기 막판 1점차의 리드는 물론 2~3점차의 리드에서도 팀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동료들의 불신도 커졌다. 그래도 벤치는 진필중을 믿었다. 후반기가 시작될 때까지도 진필중은 기아의 붙박이 마무리였다.

기아의 믿음이 한계에 이른 것은 후반기 세번째 경기였던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에서였다. 진필중은 3-3 동점을 이룬 9회말 무사 1루에서 등판, 공 한개만을 던져 경기를 날렸다. 한화 2년차 조현수에게 초구에 끝내기 2루타를 얻어맞았다. 패전투수는 이강철이 됐지만 불신의 시선은 진필중에게 집중됐다. 23일 현재 2승3패18세이브, 방어율 3.00. 그러나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무리 실패가 많다.

그날 경기 이후 벤치는 진필중에게 선발전환을 요구했고 진필중도 받아들였다. 23일 현재 4위 LG에 2승차로 뒤져 있고 6위 한화에 1승차로 쫓긴 5위 기아가 4위 탈환을 위해 던진 과감한 승부수다. 진필중은 26일 롯데전에 선발로 등판한다.

마무리는 새 외국인선수 마이클 존슨에게 맡겼다. 진필중은 프로 9년 동안 선발로는 방어율 3.35, 마무리로는 방어율 2.66을 기록했다. 마무리투수 때 구위가 월등해 보이지만 방어율 3점대 초반의 선발투수가 2점대 후반의 마무리투수보다 더 효용이 클 수도 있다. 기아는 진필중이 선발로 구위와 자신감을 회복하면 다시 마무리를 맡길 계획이다.

이태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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