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개가」에 옛 주인 인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제그룹 정리작업이 해체결정 1년4개월만에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
계열23개사 중 지난 5월말 국제제지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5개사가 새 주인을 맞은데 이어 이번에 덩치가 큰 국제상사 건설부문 및 연합철강을 비롯, 원풍건업·국제기술개발이 산업합리화지정 대상으로 산업정책심의회의에 올려졌다.
이밖에 산업합리화 지정절차가 필요치 않은 경남은행이 마산상공인들에게로, 신한투자와 동서증권은 제일은행으로, 국제상선은 서주해운으로 넘어갔고 계신토건과 국제토건은 법인청산절차가 끝남으로써 이번에 정리된 4개 사를 포함하면 모두 16개사의 정리절차가 일단 마무리된 셈이다.
아직 남아있는 7개사 중 국제상사의 무역부문 및 해운대호텔 (신남개발)·제주하얏트호텔 (남주개발)·통도사골프장(원효개발) 등 4개사는 한일 합섬과 인수계약이 마무리단계에 있고 국제종합기계와 국제통운은 이번에 연철을 인수케 된 동국제강과 인수협상중이며 연합물산은 동사의 창업자이기도한 권철현씨가 인수제의를 해와 대부분은 조만간에 정식계약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제그룹 23개사를 15개 기업및 개인이 조각조각 나눠 맡게되는 셈이다.
○…국제상사 건설부문은 건설업종 자체가 부실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사업성이 불투명한데다 해외건설 등의 실패로 회사의 내용도 좋지 못한 편이어서 인수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당초 국제그룹해체직후 국제상사의 건설부문을 극동건설이 넘겨받기로 한 것도 극동이 원했다기보다는 억지로 떠맡긴 감이 짙다.
이미 대우·대림·쌍룡등이 경남기업·삼호·남광토건등을 떠안고 있던 터고 그렇지 않아도 「문어발식 확장」 운운의 비난이 있는 터에 규모가 큰 재벌그룹에 떠 안기기도 명분이 안서는 상태에서 그런 대로 알찬 경영을 해오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극동건설이 낙점을 받은 셈이었다.
더우기 국제상사가 그룹해체 수년전 무역·신발부문과 건설부문을 합병해 만들어 놓은 상태여서 일단 분리인수방침이 확정되자 부채의 배분문제를 놓고 2개의 주거래은행 (제일·상업) 과 2개 인수회사 (한일합섬·극동건설)가 서로 한푼이라도 손해를 안 보려는 경쟁도 치열했다.
국제상사는 그룹해체 1∼2년전부터 변신시도로 호주에 알루미늄공장을 합작건설 한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는데 이는 국제그룹의 해체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극동은 국제상사의 건설부문을 인수한 후 얼마남지 않은 해외공사를 마무리짓고 국내공사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철강은 이번에 동국제강을 새 주인으로 맞게됨으로써 세번째 「개가」를 하게됐다.
62년 말 법인설립 후 60년대 중반 이른바 「냉간·열간 싸움」을 겪으면서 급성장해 온 연철은 창업주 권철현씨가 정치적 색채가 농후한 사건을 계기로 구속되면서 77년 국제그룹으로 넘어갔고 그후 10년도 채 안된 이제 동국제강으로 다시 넘어가게 된 것.
20년 남짓한 역사에서 한국철강의 신영술씨를 완전히 재계판도에서 밀어냈고 창업자인 권철현씨를 한을 안고 퇴진케 한데 이어 국제그룹의 양정모씨까지 그룹붕괴로 물러서게 한 연 합철강은 팔자가 무척 사나운 셈이었다.
그러나 연철이란 회사자체는 부실기업과는 거리가 먼 실속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국제그룹해체에 따른 동국제강의 위탁경영과 미국의 철강수입규제등 악조건에서도 20억원의 당기순익을 냈고 부채비율도 지난해 상당히 악화됐는데도 3백12·7%로 우리네 기업기준에서는 우량한 축에 속한다.
83, 84년 중에는 순익규모가 56억∼57억원씩이나 됐고 납입자본이익률은 각각 1백4%, 74·2%로 높은 수익성을 과시했다. 사실 국제그룹 내에서도 가장 실속 있는 회사로 꼽혔다.
○…우성건설로 넘어가게 된 원풍산업은 다시 첫 주인에게로 돌아간 묘한 케이스.
원풍산업의 모체인 한국모방은 설립자인 최주호 현 우성건설회장에게서 60년대의 현찰갑부로 통하던 이상순씨에게로 넘어간 후 다시 국제로 인수되는 과정을 겪었다. 국제그룹은 인수 후 원풍다이어와 원풍모방을 합해 원풍산업을 만들었는데 이 기업이 국제그룹해체로 다시 첫 주인인 우성건설 최주호회장에게로 넘어감으로써 최회장 입장에서 보면 「집내보낸 자식이 손자(?)까지 달고 온 격」이다.
우성건설은 양산에 연산1백50만개 규모의 래디얼 타이어공장을 완공하고 이의 증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영등포의 모방공장은 청주로 이전시키고 이 자리에는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최근 국제그룹 정리를 보고 있으면 양정모씨는 운도 따르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불과 1년4개월전 그룹 해체시만해도 경기부진에다 강력한 금융긴축으로 사채에 가까운 완매자금이라도 끌어쓰지 않을 수 없던 것이 요즘은 돈 사정이 유례없이 풍성한 상태여서 지금까지 버텼으면 문제는 또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즉 주력부문이던 국제상사의 신발수출이나 연철의 호황이 1년반만 일찍 찾아왔더라도 그룹해체라는 파국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을는지 모른다. 물론 그 「불운」 도「방만한 경영」 이라는 잘못을 완전히 덮을 수야 없다. <박태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