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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몰래 클럽 간 얘기 봤니?…2030 꽉 잡은 웹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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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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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의 내밀한 이야기를 초압축 드라마로 풀어 낸 칠십이초의 성지환 대표. [사진 라희찬(STUDIO 706)]

지난달 20일 폐막한 제2회 K웹페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72초’ 시리즈. 웹툰을 드라마화해 300만뷰를 돌파한 ‘게임회사 여직원들’. 두 웹드라마를 만든 ㈜칠십이초의 성지환 대표와 기린제작사 박관수 대표를 만났다. 아이돌과 기업 스폰서로 명맥을 유지하는 여느 웹드라마와 달리,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젊은 층을 사로잡은 웹드라마계의 스타 제작자들이다.

‘72초’ ‘바나나 … ’ 성지환 대표
청춘 연애 이야기 4400만뷰 넘어
‘게임회사 여직원들’ 박관수 대표
미혼 여성 일상·고민 실감나게 다뤄

칠십이초의 대표 콘텐트는 30대 남성의 일상과 연애담을 그린 ‘72초’ 시리즈와 20대 남녀의 연애와 섹스를 다룬 ‘바나나 액츄얼리’ 시리즈다. ‘72초’라는 제목에 맞게 매회 2분 내외의 속도감 넘치는 콘텐트로 ‘72초’(시즌 3) 2000만뷰, ‘바나나 액츄얼리’(시즌2) 2400만뷰를 기록했다. 프로그래머 출신의 성지환(39) 대표는 “젊은 세대가 공감할 이야기를 위트 있게 푼 연출과 빠른 영상 호흡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여친 몰래 클럽에 갈 생각을 하다 악몽을 꾼 이야기(‘72초’), 오랜 친구를 이성으로 좋아하게 된 이야기(‘바나나 액츄얼리’) 등이다.

시리즈의 시작은 2012년.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콘텐트 벤처 ‘인더비’를 만든 성 대표가 당시 프랑스의 ‘브레프 필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브레프 필름’은 2분 남짓한 영상에 30대 남자 이야기를 압축해 담은 영상. 성 대표는 “처음엔 모방하며 연습하다 광고·뮤지컬·홈쇼핑 패러디를 삽입하며 점점 우리만의 형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힙하면서도 유쾌하고 독특한 감성을 담아낸 것도 하나의 특징이 됐다”고 덧붙였다. 세련된 공간 연출과 소품 활용도 중요한 인기 요인이다. 그는 “편당 1000만 원, 10회 한 시즌 제작비가 1억 원이다. 적은 예산으로 예쁜 화면을 만들기 위해 호텔 등 공간을 대여하는 등 프로덕션에 힘쓴다. 미술팀만 7명”이라고 말했다.

칠십이초에는 감독과 작가, 음악감독이 모두 직원으로 채용돼 있다. 창작 과정도 일반 제작과 다르다. “기획·연출 스태프가 전체 콘셉트를 짜면 작가가 합세해 대본을 함께 쓴다. 동시에 음악 감독의 작업이 시작된다. 평균 한 컷이 1초 정도인 빠른 리듬의 영상이 연결되려면 나레이션과 음악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성대표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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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제작사 박관수 대표는 “‘출출한 여자’의 핵심 설정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라희찬(STUDIO 706)]

기린제작사는 먹방을 소재로 한 ‘출출한 여자’(2013)를 제작해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웹드라마를 대중에 알렸다. 이후 천우희 주연의 ‘출중한 여자’, 두 여성의 로맨스를 다룬 ‘대세는 백합’, 최근 공개된 ‘게임회사 여직원들’까지 주로 싱글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충무로 프로듀서 출신인 박관수(45) 대표는 “남성 주인공이 대다수였던 한국 영화에서 여성 관객들이 느껴온 여성 서사에 대한 결핍과 갈증을 채워준 것 같다”고 말했다. 총 6편의 연출을 맡은 윤성호 감독의 섬세하고 키치적 정서도 주효했다. 박대표는 “윤 감독과 처음 ‘출출한 여자’를 만들 때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 만화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마스다 미리는 30대 싱글 여성의 일상과 고민을 실감나게 다뤄 국내에도 인기 높다.

극의 흐름에 튀지 않는 PPL(간접광고)로 ‘브랜디드 콘텐트’의 모범 사례로도 꼽힌다. “핵심은 콘텐트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를 환기할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획 단계부터 이야기와 브랜드를 섞는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10분짜리 10여 편으로 이뤄진 한 시즌의 제작비는 최고 3억 원. 대부분이 손익분기점을 넘는 성과를 냈다.

‘스물’의 이병헌·‘좋아해줘’의 박현진 감독 등이 공동 연출에 참여했다. 박 대표와 윤성호 감독이 기본 콘셉트를 잡은 후 맞는 감독들을 섭외하는 방식이다. 미국 드라마식 공동 연출이다. 박 대표는 “공동연출로 캐릭터가 더욱 입체적이 되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마블 스튜디오와 같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원작 만화 캐릭터와 중요 서사만 유지한 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마블영화처럼 드라마, 소설로 뻗어갈 수 있는 확장형 스토리를 만들려 한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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