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번개 리콜…시장은 숨고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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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해서 괜찮다고 나오면 확실히 안전한 거 맞죠?”

주말 서비스센터·판매 대리점 가보니
전문가 “위기 대응 잘해 성공한 타이레놀 떠올라”
사내게시판엔 “성과급 없어도 좋으니 신제품으로”
가을 대목 앞두고 아이폰7·V20 공세 거세질 듯

4일 오후 서울 종로2가의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갤럭시노트7을 손에 쥔 강태준(27)씨는 상담원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물었다. 서비스 기사가 강씨의 스마트폰을 PC에 연결했다. PC 화면에 배터리 전류량이 떴다. 3600mAh. 4000mAh 이하는 정상치다. 강씨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그는 “일단 안심이지만 혹시 모르니 19일 이후에 새 제품으로 교환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 같은 날 서울 창신동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은 “주말 동안 노트7을 사겠다고 나선 고객이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일 노트7을 전량 리콜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선 “통 큰 결정에 대리점 직원들이 다 놀랐다”며 높이 샀다. 하지만 꺾인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서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 내다봤다. 그는 “단순 오작동이 아니라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 소비자들이 많이 놀란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결정이 발표된 지 이틀째인 4일, 시장은 아직 술렁이고 있었다. 빠른 대처로 인해 사태는 일단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다음달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당분간 매출에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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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량 리콜 결정이 나온 건 배터리 폭발 주장이 처음 제기된 지난달 24일 이후 9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첫 대응이 다소 늦었다”면서도 “2일 나온 리콜 결정은 위기관리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고 평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와 사과하고 ▶말뿐만 아니라 확실한 보상을 약속했으며 ▶정확한 숫자와 구체적인 문제 원인을 전달해 소비자의 신뢰를 샀다는 얘기다. 이현우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1982년 발생한 타이레놀 독극물 사태와 비교했다. 이 교수는 “당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큰 위기를 겪은 존슨앤드존슨은 과감하게 시중의 모든 제품을 거둬들여 오히려 ‘믿을 만한 브랜드’라는 신뢰를 얻었다”며 “삼성전자가 눈앞의 이익을 과감히 포기하고 전량 리콜을 결정한 건 잘한 행동”이라고 평했다.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의 이 같은 결정엔 사내 게시판 등에서 조성된 직원 여론이 한몫했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배터리 폭발 사고가 확대된 지난달 31일 이후 사내 익명게시판과 직원들의 단체 SNS 채널에선 “과감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무선사업부의 한 엔지니어는 익명게시판에 “전량 리콜 후 신제품으로 교환해주세요. 내가 성과급을 안 받아도 되니까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동진 사장도 같은 게시판에 “여러분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매우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경쟁이 격화되는 가을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트7은 당분간 경쟁 열위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달 말까지는 교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가 중단된다. 다음달 판매가 재개되면 이번 주 공개되는 애플의 아이폰7, LG전자의 V20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리콜 발표가 없었다면 애플은 삼성에 계속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며 “(배터리 폭발 사고가) 애플에는 선물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의 한 달 가까이 제품을 팔 수 없게 됐기 때문에 판매량이 연말 예상목표치(1500만 대)에는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미진·김경미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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