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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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공 작가 위명륜의 현대극『반금련』이 상해에서 대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새 백화제방시대를 맞은 중공인들이 그동안 억제되었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려는 열기가 느껴진다.
그 연극 속의 반금련이 고루한 전통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는 여성 해방의 선구자로 묘사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지금까지 반금련은 희대의 요부로 인식돼 왔다.
그녀가 등장하는 명대 소설『김병매』와『수호지』는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읽혀지고 있다.
이들 소설은『삼국지연의』『서유기』와 더불어 중국의 사대 기서에 포함 돼 민중의 사랑을 받아 왔다.
반금련의 요부 행각은『수호지』의 무 송편에서부터 드러난다.
그녀는 남편 무대의 동생 무송의 남자다움에 혹하여 그를 농락하려다 실패하고 이웃집 왕파의 중개로 약방 주인 서문경과 통하다가 발각되자 오히려 남편 무대를 독살하고 만다.
그러나 반금련의 무서운 진가는『김병매』에서 더 두드러진다. 서문경의 다섯째 부인이 된 그녀는 시샘 끝에 여섯째 부인 이병아와 그 자식까지 죽이고 종당엔 서문경까지 독살한 끝에 무송에게 죽고 만다.
결말은 비록 권선징악으로 되었지만 그 글 자체는 남녀의 정사를 흥미롭게 묘사했다.
그 때문에 도덕적 입장에선 사대부들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했다.
청의 여치는 소설의 해를 이렇게 들었다.
첫째 사람들의 품행을 그르치고, 둘째 집안 여자들을 망치며, 셋째 자제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고, 넷째 나쁜 병에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마침내 건륭제 시대엔『수호지』가 금서가 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그런 시대에도 소세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은 있었고, 반금련은 윤리적 굴레를 깨는 파격적 여인상으로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공산주의 치하에서 반금련이 여성 해방의 선구자로까지 해석되는 것은 뜻밖이다.
우리 고전 소설에 반금련 같은 분방한 삶을 누린 여인은 없다. 기껏해야 자유 연애를 구가한 춘향이 있을 뿐이다.
물론소세 아닌 실제 인물로는 어우동이 있었다. 억압적 윤리의 속박이 엄청났던 조선조 사회에서 대담한 사랑 행각에 나섰다가 처형된 그녀를 지금 그야말로 여성 해방의 선구자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해석은 자유지만 시대 변화 속에 사람의 평가가 그처럼 다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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