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테러 응징”…다바오 시장 “이슬람 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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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야시장에서 발생한 폭발로 1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로이터=뉴스1]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다바오시 폭탄테러에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테러 현장인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야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테러로 필리핀에서 무법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군사력을 동원해 강력히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계엄령 수준은 아니지만 도심에 군 병력이 배치돼 검문 등을 실시하는 준계엄령 조치가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두테르테는 또 ”현재는 비상상황인만큼 군병력을 동원할 권한이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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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현지시간 2일 오후 10시30분 발생한 폭발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67명이 부상했다. 사상자 가운데는 어린이와 임신부도 포함됐으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바오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장을 지낸 ‘정치적 고향’으로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주말마다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 장소인 야시장은 두테르테가 자주 숙박하는 호텔 인근이어서 이번 폭발이 그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바오는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22년간 시장을 지낸 곳으로 필리핀 내에서 살인 강도 등 강력 범죄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AFP 통신 등 외신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이번 테러는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 사야프’가 저지른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부 사야프는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 국가(IS)를 추종하는 단체다. 필리핀 남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부 사야프는 2014년 IS에 충성을 맹세했다. 400명 규모의 아부 사야프는 올들어 캐나다인 2명을 참수하는 등 납치ㆍ살해를 잇따라 저질러 현지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부 사야프 근거지인 술루섬에 2500여명의 병력을 보내 30여명을 사살하는 등 토벌 작전을 펴자 아부 사야프가 곧바로 반격을 경고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한편 주필리핀 한국대사관과 다바오시 한인회는 ”현재까지 확인된 한국인 피해자는 없다“고 밝혔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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