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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상태, 2011년 회삿돈으로 2000만원짜리 시계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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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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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태(66·구속·사진)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재임 시기에 회삿돈으로 1만1000파운드짜리 스위스 명품 시계 ‘파텍 필립’을 구입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당시 환율 적용 시 시계 값만 1963만원이고 정상적으로 관세와 특별소비세 등을 냈다면 구입비는 2876만원까지 올라간다.

검찰, 연임로비에 썼는지 확인 중
“송희영 전 주필이 청탁하고 다녀”
대우조선 임직원 등 진술도 확보

대우조선의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 시계가 남 전 사장의 연임 청탁 목적으로 사용됐는지 등 최종 귀착지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최근 대우조선의 회계장부 분석과 임직원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남 전 사장이 이 시계를 2011년 말에 산 것으로 파악했다. 남 전 사장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2012년 2월)이다. 이에 따라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용으로 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남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내 연임 로비 목적이 아니었다. 고재호(61·구속) 후임 사장에게 (이 시계를) 넘겼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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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은 스위스 명품 시계 중에서도 최고급 브랜드로 뇌물이나 부패 사건에 자주 등장한다. 현금으로 바꾸기 편하고 디자인이 화려하지 않아 눈길을 끌지 않아서다. 최고가 제품은 수십억원에 이르지만 남 전 사장이 구입한 시계는 이 중 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송희영(62) 전 조선일보 주필이 고 전 사장의 연임을 나에게 부탁한 적이 있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 임직원 등으로부터 송 전 주필이 두 사장의 연임을 위해 인사 청탁을 하고 다녔다는 진술도 일부 확보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26일 "송 전 주필이 2011년 9월 남 전 사장, 고 전 사장, 뉴스커뮤니케이션스(뉴스컴) 박수환(58·여·구속) 대표 등과 함께 이탈리아·그리스 호화 여행을 갔고 그 시기를 전후해 우호적인 사설과 칼럼을 써줬다”고 주장했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박씨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수상한 자금 흐름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씨의 개인 금융 계좌 전부와 그 계좌와 연결된 경제·법조·언론계 인사들의 계좌 간 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뉴스컴 법인 명의로 개설된 계좌들도 추적 대상이다. 검찰은 박씨가 대우조선 등 여러 기업들로부터 홍보대행비·자문료 등으로 받은 50여억원 가운데 일부가 실제 로비 목적에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자금 흐름을 확인하면 박씨의 개인 혐의(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사기)는 물론 연임 로비의 진실, 대우조선 경영비리 관련 퍼즐을 상당 부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뉴스컴과 거래한 기업들의 기업현황 및 재무제표 등에 대한 자료를 금감원에서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47) 전 부사장이 대표로 있던 동륭실업을 비롯해 KB금융지주·SC제일은행 등이다. 검찰은 “박씨와 거래한 기업인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윤호진·송승환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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