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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 이어 “농업보조금” “시급 1만원”…수당정치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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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 북한군 장교가 동막골 촌장에게 “영도력의 비결이 뭐냐”고 묻는다. 촌장이 답한다. “뭘 좀 많이 멕여야지 뭐….”

안희정“충남 농민에게 연 36만원”
남경필 “3년 뒤 최저 월 209만원”
대선 출마용 복지 포퓰리즘 의혹
정부와 대립 지명도 높이는 효과도

영화에서처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주민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확대하는 ‘수당 정치’ ‘보조금 정치’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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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대선출마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 수당’을 시행한 데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가 ‘농업보조금’ 카드를 빼들었다. 충남도는 쌀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만 지급했던 농업 보조금을 일정 규모(1000㎡) 이상의 농사를 짓는 모든 농민에게 지급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충남지역 농가 13만2000곳이 연간 36만7000원씩을 지급받는다. 농지가 1?(1만㎡) 미만이면 보조금 13만4000원씩이 더 돌아간다. 농지가 1? 미만인 소농은 충남도 농민의 65%를 차지한다. 충남도 정송 농정국장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농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보조금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는 정책발표에 맞춰 1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미 취업준비생 3000명에게 6개월 동안 5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청년수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지난 8월 처음 시행되자마자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 결정을 내려 중단된 상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무상급식·무상교복·무상공공산후조리원 등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놓았다. 이 시장은 지난해 9월부터 ‘청년배당’ 정책도 시작했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19~24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씩 성남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야당에 이어 역시 대선 도전을 준비 중인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9년까지 생활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생활임금은 7030원이다. 내년부터 12.5%씩 매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1만원으로 인상되면 한 달 급여가 209만원이 된다. 남 지사는 “수혜 대상이 한정돼 있어 모든 도민에게 혜택이 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시간당 1만원이 갖는 상징성이 타 자치단체와 기업 등에 영향을 미쳐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팀장은 “지자체장의 경우 정책을 바로 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자체장들이 수당 정치나 보조금 정치에 나서고 있는 것은 물론 표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자체장은 평소엔 언론이나 정국의 중심에 서지 못하지만 논쟁이 되는 정책 이슈를 제기하면 주목도가 높아지게 된다”며 “팬덤을 늘려 대선주자급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포퓰리즘이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장들이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아도 개인의 인기에는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노이즈마케팅’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게 아니라 수당을 늘리는 건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이 아닌데 이를 해법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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