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새별들"|윌드컵 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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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파란과 이변, 명승부와 진기록으로 대표되는 월드컵 축구는 멕시코 고원이라 해서 그 특색을 잃지 않는다.
예선 10일째를 넘긴 86멕시코 월드컵대회도 초반부터 풍부한 화제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예선경기를 통해 드러난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 스타들의 몰락과 신예들의 부상이다.
개막 전부터 주목의 스타로 꼽혀오던 선수들 가운데 「마라도나」(아르헨티나)정도만 발군의 활약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 뿐 「롯시」(이탈리아), 「파사렐라」(아르헨티나), 「지코」(브라질), 「루메니게」(서독), 「롭슨」(잉글랜드)등은 모두부상의 후유증 등으로 결장하거나 저조한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그쳤다.
반면 태충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는 선수들은 「프레벤·엘케어」 「미카엘·로드럽」(이상 덴마크), 「알로프스」(서독), 「드리드」(알제리)등이다.
별들의 이러한 자리바꿈은 우승후보국이 주춤하고 뜻밖의 팀이 반짝하는 이상기류를 몰고 왔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있는 팀은 유럽의 복병 덴마크.
소속 4개팀이 하나같이 팽팽한 전력을 보유, 「죽음의 조」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E조에서 스코틀랜드를1-0으로 격파한 후 남미 챔피언 우루과이를 6-1로 철저히 함락시켰다.
물론 C조에서 소련이 헝가리에 6-0으로 크게 이긴바 있지만 덴마크의 압승은 우루과이가「프란세스콜리」라는 명 공격수를 선봉에 세운 투지와 집념의 우승후보였다는 점에서 이변으로 꼽히고 있다.
덴마크의 파이팅은 「엘케어」와「로드럽」 두 스타에 의해 이뤄진 것.
유럽6조 예선에서 8게임연속득점의 대기록을 세웠던「엘케어」는 본선 2게임에서 모두 4골을 기록, 현재 득점 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엘케어」는 베로나팀, 「로드럽」은 유벤투스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럽 최고수준의 프로선수들로 당초 아마팀의 월드컵 출전만을 고집했다가 프로에도 문호를 개방한 덴마크축구를 70년대 중반의 네덜란드 수준까지 끌어올린 1등 공신들이다.
또「알로프스」도 서독이 수렁에 빠질 때마다 동점골·역전결승골을 뽑아내 갈채를 받고있으며 알제리의 GK「드리드」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7차례의 결정적 실점위기를 막아내는 등 고무공 같은 탄력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있다.
알제리가 예선을 통과한다면 「드리드」의 공로로 봐도 좋을 것이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특징은 그다지 만만하게 지는 팀이 없다는 것이다.
9일 밤 현재 24경기 중 6-0(소련-헝가리), 6-1(덴마크-우루과이), 3-1 (아르헨티나-한국)등 세 경기를 제외한 21경기가 모두 비기거나 1점차 승부였다.
이는 유럽·남미 양대 산맥 외에 제3세계 팀들이 상당한 수준향상을 이룩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푸에블라=박군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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