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자 석방 여야 시용 차 크다|「폭·질」달라 협상정국에 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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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외대치를 마무리짓고 합의개헌의 길목으로 돌아선 여야가 다시 구속자 석방의「폭과 질」에 이견을 보이면서 타협정국이 멈칫거리고 있다.
민정·신민당은 지난번 5·29대표회담에서 헌특구성에 합의하면서 신민당은 그 전제조건으로 구속자 석방을 요청했고 민정당은 전제조건이 아니라「대타협의여건조성을 위해」「각별한 관심」을 갖기로 했던 것이다.
5·29대표회담에서는 비록 선행조건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후 야권의 이 총재-두 김씨의 3자 회담에서 구속자 석방문제는 다시 헌특의 선행조건으로 확인되고 신민당내의 동교동계가 이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함으로써 구속자 석방문제는 타협정국의 순항여부를 가늠하는 변수로 부각되었다.

<각별한 관심 갖기로>
신민당으로서는「사면·복권과 직선제」라는 헌특의 장애물을 스스로 자제한 만큼 정부·여당도구속자석방으로 대가를 지불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6·3청와대회담의 공식발표는 신민당 측의 이 같은 낙관과는 달리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그에 따라 당내일부에서는 헌특구성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있다.
이만섭 국민당 총재의 청와대회동에서「단계적 석방」이라는 보다 발전된 표현이 나오고 시간이 감에 따라 신민당내의 불만도 다소 진정되는 기미가 있긴 하지만 석방대상으로 잡은 구속자의 범위와 그 숫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여야간에 이견이 크다.
민정당 측이 그 동안 타협정국을 위해 석방문제에 적극성을 보였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야당 측을 안도시키고 헌특을 성립시키기 위해 민정당은「여건조성을 위한」구속자의 석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시사를 계속했다. 또 민정당은 실제로 당정협조과정에서 적어도 신민당 측의「노력」에 상응하는 석방수준은 돼야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러졌다.
그러나 행정부의 입장은 달랐던 것 같다. 법 절차가 강조되는 한편, 법과 공권력의 권외를 위해 사법문제가 정치적으로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치적 관용」의 뜻이 비교적 절제된 선에서 여권의 방침이 정리된 느낌이다.
다시 말해 구속자 석방문제에 있어 행정부의 주장이「사법행정의 권외·실효성의 유지」라는 차원에서 민정당의「정치적 배려」입장을 약화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정부측의 입장은 먼저 신민당 측이 주장하는「민주화관련자」라는 표현을「집시법위반」에 국한시키고 있으며 그「관용방법」도 미결수의 경우에는 반성정도에 따라 구속·기소·선고의 단계별로 선별 선처한다는 방침이고, 기결수에 대해서는 형 집행정지나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거의 굳어진 입장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구속자 석방의 범위에서 국가보안법 적용 자는 제외시킨다는 것이며 83년에 한 것과 같은 대대적인 형 집행정지 등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기결수에 대한 가석방기준을 완화하는 정도는 고려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당국선 법 절차 강조>
관례로는 복역기간이 형량의 3분의2이상을 초과하고 행형 성적이 우수한 사람에 대해 가석방을 할 수 있지만 복역기간 기준을2분의1정도 수준으로 완화하지도 있다는 제한된 신축성뿐이다.
그러나 신민당은 구속자의 범위에서부터 여권과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첫째 국가보안법의 무분별한 적용으로 발생한「관제용공」사건은 모두 석방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간첩·공산당이거나 북괴를 이롭게 할 목적이 분명한 사람은 제외하되 단순히 북괴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것만으로「고무·찬양」죄를 적용,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볼 때 남민전, 오송회, 미문화원사건, 광주·부산 미문화원사건, 민중언론사건 등 상당수의 국가보안법적용 사건도 구속자 석방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 째로는 민정당이「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을 보장하는 개헌을 하는 입장인 이상 민주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비민주적 상황에서 이루어진 정치범에 대한사법권적용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구속자석방문제의 정치성을 강조하는 점이다.
헌법마저 백지상대에서 출발하는 마당에 최소한 정치범에 대한 하위법의 적용을 합리적이라고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다.
양자의 이 같은 입장차이에 따라 석방검토대상자의 숫자도 다르다. 여권은 단순 집시법위반자에 국한해 기결수 1백80명, 미결수 7백7O명 정도로 보고있으며 이중 1차로 신민당의 개헌추진현판식과 관련된 1백9명의 미결수에 대한 석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러졌다.

<신민 천8백 명 주장>
그러나 신민당이 재야 측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석방검토대상자는 1천8백여 명에 이르며 상당수의 보안법 적용 자를 포함하고있다.
신민당은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집계를 갖고 있지는 않다. 작년4월 국회개원협상 때 거론하고 실태파악을 잠시 한 일이 있지만 곧 흐지부지 되었고 그후에도 자체조사노력은 별로 없었다.
또 재야도 단체마다 파악 숫자가 달라 요즘 한창 통계확인작업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측이 협조하지 않으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실토다. 야권의 공식자료는 고작 KNCC가 5월15일 현재 확인 집계한 것 뿐으로 △84년 이전 대상자가 83명,85년 이후는 △학생운동 7백33명 △노동운동 1백46명 △농민7명 △철거민3명 △재야 93명 등으로 총 1천1백5명이라는 것인데 이것도 부정확한 것이라고 담당자들은 실토한다.

<석방자통계는 없어>
이에 비해 신민당 측의 조사는 예년부터의 구속자만 집계하고 있을 뿐이며 그후 얼마나 석방됐는지 정확한 자료는 없고 다만 현재 1천8백여 명이 수감중이라고만 추측하는, 다분히 주먹구구식이다.
또「용공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신민당이 뚜렷한 사건 명을 파악하고 있지 않아 그 범위를 어디까지 하고있는지 공식적으로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석방요구의 표현에도 구체성이 없다.
구속자 석방에 강경 입장인 동교동계는『재야와 일반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내놓고 있고, 상도동계와 이 총재는「성의만 보이면」단계적으로 헌특구성과 병행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 풀어나갈지 주목거리지만 일단 가시적 조치가 나오면 헌특은 구성되고 앞으로의 정국분위기에 따라 가시적 성과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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