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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70여명이 돈받고 변호사에 사건 알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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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변호사에게 형사사건을 소개해주고 대가로 거액을 챙긴 법조 브로커 사건(본지 7월 17일자 7면)에 현직 경찰관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주 구속된 경찰관 출신 사건브로커 鄭모(46)씨가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李모.韓모 변호사에게 사건을 알선해주고 받은 5억6천여만원 중 상당액이 경찰관들에게 건네진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은 대부분 서초.방배.강남.용산.남대문경찰서 등 서울의 일선경찰서 형사계.수사계 소속이며, 사건당 수십만~2백만원씩의 소개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해당 경찰관 70여명의 명단이 기재된 장부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수수료 액수가 1천만원대가 넘는 것으로 드러난 경찰청 소속 모 경감과 서초서 모 경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두 사람은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잠적한 상태다.

검찰은 또 이날 李변호사로부터 수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방배서 金모 경정을 소환조사했다. 金경정은 "고교 선배인 李변호사가 활동비로 쓰라며 건네준 돈"이라며 사건 알선 등의 관계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金경정은 그러나 관내 유흥업소 업주로부터 수백만원을 받은 혐의가 수사과정에서 드러나 사법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鄭씨는 경찰관 재직 중 뇌물 혐의가 드러나 사직한 뒤 갓 개업한 변호사들에게 무자격 사무장으로 고용돼 서울시내 경찰서를 돌며 형사들로부터 사건을 소개받아온 이른바 '철새 사무장'으로 알려져 있다. 鄭씨는 2000년부터 부장판사 출신인 李변호사와 韓변호사에게 각각 1년여간 고용돼 2백여건의 사건을 따냈으며, 수임료 20억원 가운데 6억원 정도를 사건 소개료로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변호사 李씨와 韓씨도 지난 16일 함께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변호사가 브로커를 동원한 수임 비리로 구속된 것은 1997년 대전 법조 비리 이후 처음이다.

한편 경찰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용산서에서 법조브로커 비리를 수사하면서 현직 검사들과 브로커와의 유착관계를 밝혀 낸 데 대한 검찰의 반격으로 이번 사건을 보고 있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이번 사건은 검찰이 모 인터넷 언론과 창원의 한 기업체 간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우연히 수임 장부가 발견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면서 "용산서 사건을 놓고 검찰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창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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