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안절부절못하거나 내동댕이치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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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며 주부들 사이에서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명절에 필요한 음식 장만이며 뒤처리를 생각하면 벌써 안절부절하게 된다” 등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명절과 관련해 ‘안절부절’이라는 단어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명절 증후군’이라 부른다. 명절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생기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문화 증후군’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괜히 안절부절못하게 된다거나 무언가 내동댕이치고 싶다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안절부절못하다’와 ‘내동댕이치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독립된 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분리해 잘못 사용하기 쉽다는 점이다.

‘안절부절’은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다”와 같이 부사로서 단독으로 쓰거나, 관용적으로 ‘안절부절못하다(동사)’고만 쓸 수 있다. 따라서 “왜 이렇게 안절부절해?”와 같은 표현은 잘못된 말로 “왜 이렇게 안절부절못해?”라고 해야 바르다.

‘내동댕이치다’의 경우 ‘내동댕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동댕이치다’가 모두 붙어 한 단어를 이루고 있으므로 ‘내동댕이 못 치다’와 같이 ‘내동댕이’만 따로 떼어내 쓸 수는 없다. 따라서 부정문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내동댕이치지 못하다’고 해야 한다.

“선물을 내동댕이 못 친 게 후회된다”는 “선물을 내동댕이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해야 한다. ‘내동댕이’가 독립된 단어로 쓰이지 못하므로 “쓰레기가 길가에 내동댕이 돼 있었다”는 “쓰레기가 길가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고 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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