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안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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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리 원자력 발전소 5, 6호기가 2일 준공됨으로써 우리 나라도 이제 본격적인 핵에너지 시대에 들어가게 됐다. 고리 1, 2호기와 월성의 3호기를 합하면 이제 모두 5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갖게 됐다. 전체 발전시설 용량의 4분의 1을 원자력에 의존하게된 것이다. 오는 96년까지는 전력의 절반을 원자력으로 충당하게 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와 전력 에너지원의 다변화 문제를 다시 한번 심각하게 검토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원자력 발전은 시설비가 수력이나 화력보다 비싸게 먹히는 대신 일단 발전을 시작하면 연료비가 저렴해서 발전단가가 낮다는 이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한때 널리 보급됐다.
그러나 지난 79년의 미 드리마일 핵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 이후 그 안전성에 신뢰를 의심받기 시작했으며 지난 4월 소련의 체르노빌 발전소 사고로 원전은 공포와 우려의 대상으로 급전하게 됐다.
물론 우리 나라에 건설된 원전이 5중의 방호벽으로 싸여있어 「절대안전」하다고는 한다. 그러나 이미 가동중인 원전에서 수 차례 일어난 사소한 고장사고가 방사능의 누출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지라도 어떤 「위험」에 대한 가능성은 시사하는 것으로는 봐야한다. 그 가능성이 설사 1백만 분의 1일 망정 큰 재앙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사전에 완벽하게 예방돼야 한다.
과거 원전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마다 당국이 즉각 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쉬쉬하며 감추려 했던 전력은 덮어두더라도 앞으로는 해마다 원전의 현황을 알리는 「원자력 백서」를 발표하여 국민이 그 실상을 알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감시기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촌각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원전의 안전성 문제다. 자체 감호 기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선진국이나 국제적인 감시기구를 이용하여 정기 또는 수시로 안전점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기술적인 안전도 중요하지만 전쟁이나 간첩의 침해로부터의 방호 문제도 불가결의 요소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또 하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의 원전 의존도를 높여갈 것인가라는 문제다.
선진국들은 이미 70년대에 들어와서 원전건설을 중단하거나 계획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석유의 대체에너지로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원전계획을 그만둔 것은 오직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원전에서 연료로 쓰고 남은 핵폐기물의 처리문제도 전 인류적인 숙제로 대두돼 있다. 1백만kw의 발전용 원자로에서는 1년에 30t가량의 핵폐기물이 나오며 이것에서 방사능을 소멸시키는데는 1천년이 걸려도 모자란다는 설도 있다. 또 30∼40년 지나면 폐쇄해야하는 발전설비 전체의 처리문제도 미해결인 채이다.
자원이 태부족한 우리의 형편으로는 날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건설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단 한번의 사고로 무서운 재앙을 가져오는 원전의 안전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우선은 비용과 노력이 더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우리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자원, 예컨대 수력·조력·풍력 따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항구적이고 안전한 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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