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민호교수 세미나 주제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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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고등학교의 세계사 교육이 너무 소홀해서 학생들을「세계속의 시민」으로 키우기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국사교육과는 반대로 세계사과목은 수업시간이 매우 적게 배당돼있고 교과서 편성및 담당교사의 배치에도 곤란한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31일 숭전대에서 열린 제29회 전국 역사학대회에서 『역사교육의 이념과 현실』을 주제로「세계사 교과과정의 문제점」을 발표한 서울대 이민호교수는『물론 국적있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우리역사에 대한 일방적 강조는 자칫 편협하고 폐쇄적이며 국수주의적인 교육이 될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지난 46년이나 55년 당시의 교육과정에서는 그비중이 국사와 같거나 오히려 높았던 세계사 과목이 터무니없이 위축되어 이제는 정상적인 세계사교육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고 밝혔다.
즉 81년의 제4차 교육과정에서 중학교는 국사 4단위 (1단위는 1주일에 1시간씩 1학기동안 수업) 와 세계사 2단위, 고등학교는 국사 6단위와 세계사 2∼4단위를 각각 배정. 또 실업계 고등학교는 지리와 세계사중 선택으로 2단위를 이수토록 되어 있어 세계사를 전혀 배우지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이교수는 교육과정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세계사전공교수나 담당교사들의 폭넓은 참여가 불가능한 현실과 함께 세계사 교과서도 중학교는 1종류, 고등학교는 5종류로 묶어두어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출판사측이 전문가에게 세계사 교과서의 집필을 의뢰할때 일본의 세계사 교과서만 잔뜩 구해다주고 책을 만들게 하는것도 자칫 일본의 입장과 안목에 치우친 세계사교육을 초래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출판사나 집필자들은 검인정교과서로 선정되기위한 천편일률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주제중심으로 세계사를 지도할수 있도록 책을 만드는 등의 다양한 접근과 시도를 하지못하는 실정이라며『별다른 내용상의 변화도 없으면서 무조건 일정기간마다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의미하며 일종의 의혹까지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국사교육에 대한 일방적 강조는 교사양성및 배치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교사는 대체로 국사를 맡고 그밖의 학과를 나온 교사들이 세계사를 가르치는 예가 흔하다고. 따라서 중 고교의 세계사 담당교사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그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제3세계 소수민족등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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