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화상도 정상 치료 된다|정도에 따른 치료 방법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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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일부 대학생들의 분신 자살 기도 사건이 잇따르고 여름철 대형 화재가 빈번한 가운데 화상 치료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호군(21·서울대 정치학과 4년 휴학)의 경우 26일 사망함으로써 일단 실패한 치료가 되긴 했지만 국내 처음으로 어머니의 피부를 이식받는 동종피부이식의 선례를 남겨 화상치료분야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 또 이군이 입원했던 한강성심병원에서는 이군의 피부 일부를 떼어내 3주전부터 배양해 왔는데, 현재 양호한 상태로 증식을 하고 있어 자가 피부증식법을 이용한 피부이식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되었다.
한번 상처를 크게 입으면 대부분 흉칙한 자국과 함께 신체기능의 비정상을 초래하던 화상도 최근에는 이와같은 첨단의학적 방법에 의해 치료의 길이 열리고 있다.
화상의 종류와 치료법, 특히 새로운 치료법을 중심으로 한양대 의대 유재만 교수(성형외과 과장)와 김동철 박사(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과장)로부터 들어본다.

<화상의 종류>
화상하면 흔히 불이나 물에 심하게 덴 경우만을 얘기하지만 사실은 범위가 넓다.
화상은 보통 1∼3도까지로 구분하는데 피부가 빨갛게 되는 정도인 1도에서는 표피층만 화상을 입은 것이므로 때를 민다거나 하는 등의 자극을 주지 않고 청결만 유지하면 쉽게 낫는다.
2도화상은 표피와 진피 일부가 화상을 입은 상태로 물집이 생기는데, 햇볕에 그을린 경우는 별다른 감염증세 없이 쉽게 낫지만 불이나 물에 데었을 때는 2차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항생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3도화상은 가장 심한 화상으로 진피의 전층과 피하·근육등까지 화상을 입은 상태를 말한다.

<치료방법>
중증의 화상을 중심으로 치료법을 살펴보면 우선 화상을 입은 순간의 응급조치가 중요하다.
화상은 피부가 불·물등의 화상 원인으로부터 벗어나도 10분 이상 계속되는데 이 때 깨끗한 물(섭씨 18도 내외) 환부를 담그면 화상의 부위는 그대로이지만 깊이 들어가는 것은 줄일 수 있어 화상 피해가 작고 사후 치료도 쉬워진다.
된장이나 소주등 피부에 자극을 주는 물질은 바르지 말아야 한다.
화상 후 1주일까지는 체액의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치료의 중점이다. 10일 후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손상된 피부를 떼어내고 이식에 들어간다.
가장 이상적인 중증화상 치료법은 자가피부증식법.
이군의 경우 자신의 피부 2cm×2cm를 떼어내 그것을 다시 2mm×2mm 단위로 배양기 속에 넣고 배양한 결과 3주가 지난 현재 8m×8m 크기로 양호하게 증식되고 있다.
이 방법은 거부반응 없이 손쉽게 피부 이식이 가능해 새로운 화상치료법으로서 정착이 기대된다.
한편 한양대 공대 김계용교수(공업화학과)는 합성단백질을 이용한 인공피부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중에 있는데 1차적으로는 화상부위의 세균감염을 막고 수분 함량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가진 수준의 인공피부 합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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