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감정적 독립 바람직"|「또 하나의 문화」 무크지 『열린 사회 자율적 여성』서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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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율적인 여성은 경제적으로 자립, 감정적으로 독립한 여성으로 가족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인간 관계를 갖는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나와 여성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책은 「또 하나의 문화」의 두번째 무크지 『열린 사회 자율적 여성』, 최근 평민사에서 출간했다.
「또 하나의 문화」는 「남녀가 진정한 벗으로 협력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커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문화창조와 실천」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인 여성그룹.
책머리에 장필화(이대 교수·여성학) 이인활(서울대 교수·서양사)·조혜정(연대 교수·사회학)·조옥나(서강대교수·인류학)·고정희(시인)·김애실(외대 교수·경제학)·정진경(충북대교수·심리학)씨등을 비롯한 11명 동인들의 주제에 관한 좌담을 실었다.
이들 동인들은 자율성이란 남에게 휘둘림 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혼자 섬」이고 혼자 섬으로써 비로소 여성은 남성의 협력자로서 손잡고 일할 수 있으며 그가 속한 사회나 국가등 공동체 운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자율적으로 살기 위한 조건에 관해 조옥나씨는「경제적 자립」을, 조혜정씨는「감정적 독립」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개개인의 성향과 인생의 목표에 따라 독신이나 결혼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성은 인간에게 생명력을 주는 여러가지 원천 중의 하나일 뿐으로, 사람에 따라 그것에 의미를 두는 비중도 달라지는 등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이인활씨는 주장한다.
한편 서구적인 부부중심의 핵가족으로 치달리는 사회 분위기속에서 소위 「사랑받는 아내」 「성공하는 남편」으로 표현되는 현대적 부부상은 이에 맞추지 못한 젊은 부부들로 하여금 부담감을 안고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 조혜정씨의 주장.
따라서 여성들도 전통적으로 가족간에·부부간에만 맺어왔던 의미있고 중요한 관계를 가족외의 이성·동성으로 확대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한 다양한 관계가 오히려 부부간에 있을 수 있는 갈등을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여성들이 제도적으로 무조건적 양보나 븍종이 강요되는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늘 의식이 깨어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통적 한국 여성은 대체로 일생을 통해 홍미를 갖는 일은 없고, 인간 관계만 중요시했었기 때문에 일에 대한 긍정적 의식이 없었다는 것이 조혜정씨의 비판. 따라서 전통적인 사고, 즉 『일 안해도 되는 사람이 제일 행복하다』는 허구를 깨고, 자신이 일생을 통해 의미있는 일을 갖는 것이 행복의 필수 조건이라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부로서의 여성의 삶 또한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살림을 하는 틈틈이 책을 읽고 취미 생활을 열심히 하는 등 주체성을 갖고 자율적으로 살아간다면 충분히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것.
그럴 수 있으려면 여성들은 결혼전에 주부란 무엇이며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분명히 알고 자율적인 결정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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