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경기 어떻게 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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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 경제사회협의회가 하반기 경제운용의 방향에 대한 협의를 가졌다.
이날 협의에서 논의된 주요 이슈들은 대부분 올해 경제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면서도 투자·통화·부실기업 정리 등 몇 가지 부문에서 경계해야할 요소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각계에서 제기한 중심과제는 현재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주도하고있는 이른바 3저의 기회가 결코 일시적인 경기요인으로 끝나서는 안되며 경제의 체질과 산업경쟁력을 근원적으로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민간과 정부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없는 당면 최대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다만 이 같은 과제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정부측은 정책의 여건을 보다 낙관하고 있음에 비해 민간 쪽은 많은 장해 요인과 우려를 제기한 점이 대조적이다. 정부측 인식은1·4분기의 경제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국내 경제가 목표이상의 성장률과 국제수지 개선을 실현하면서 물가도 안정될 것으로 보고있고 특히 인플레 심리가 진정되어 금융저축이 늘고 있음을 주목했다.
이에 대해 학계의 전문가들은 이른바 3저의 여건이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쟁국들에 공통되고 세계경제 전체로 보아 중립적인 점과 경제여건의 호전이 오히려 국내체질의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같은 학계의 우려는 충분히 음미하고 참고해야 할 근거 있는 걱정이다.
원유가 하락을 중심으로 한 국제수지와 인플레의 상황호전이 구조적으로 추세화 내지는 정착화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측면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제수지의 흑자 내지 균형화 문제는 수지구조의 원천적, 부문별 안정과 개선 없이는 언제나 다시 반전될 수 있는 취약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산업구조의 대외 의존적 체질이나 부품·소재, 자본재의 지나친 대일 의존구조, 수출산업이 안고 있는 제반 경쟁력 요소들, 해외시장의 순환적 불안정과 급증하는 보호주의추세, 그리고 국내시장개방과 내수소비확대에 따른 수입유발효과 등 어느 면으로 보아도 우리의 국제수지가 안정구조에 들어섰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5백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외채부담을 고려에서 제외하고는 문제의 근본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인플레문제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많은 장해 요인들이 잠재되어 있다. 통화운용이나 재정·투자·민간소비의 측면에서 수많은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다.
생산적·기술혁신 지향의 투자는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지원하고, 비생산적·투기적 자금운용을 최대한 견제하는 일관된 투자·자금공급의 선별이 불가피하며 절제 없는 통화팽창이나 재정운용은 금물이다.
이를 위해서도 부실기업의 부담은 하루속히 정리돼야하며 동시에 그것이 특혜의 추가나 다른 경제부문의 부담전가로 되어서도 안 된다. 이런 여러 측면에서 볼 때 3저는 우리경제에 더 많은 과제와 부담을 지워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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