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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민생은 민생, 사드는 사드…성주 참외는 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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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더불어민주당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서 한 발 물러서 민생 현안에 더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추미애 대표는 30일 오전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해 사드 배치가 유력시되는 경북 성주산 참외를 들고 “참외는 죄가 없다”며 “민생은 민생, 사드는 사드”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추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사드 문제와 민생 이슈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추 대표는 이날 지도부에 사드 당론채택 일정을 늦추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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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성주 참외의 향을 맡아보고 있다. 이날 새로 구성된 지도부와 함께 첫 민생행보에 나선 추 대표는 ‘사드 반대 당론’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민생은 민생이고 사드는 사드”라며 “(국회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

이에 따라 당초 2일 의원 워크숍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사드 당론 채택 여부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사드가 당장 급한 현안은 아니지 않냐”며 “다음달 2일 의원 워크숍에서도 사드보다는 국정감사를 비롯해 민생 현안에 대해 우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보다 민생에 더 집중하기로
당내 “대안 없는 반대, 역공 우려”
우상호 “지금 당론 결정 시기상조”
2일 의원 워크숍 논의도 미뤄

지난 27일 전당대회까지만 해도 더민주 안팎에서는 당론으로 사드 반대를 채택하는 것이 시간 문제로 예상돼 왔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모두 사드 반대를 내세운 데다 추미애 대표도 당선 직후 “(사드 배치) 재검토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이 같은 신중 행보에 대해 내부에선 자칫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이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사드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먼저”라며 “아직 대안이 없는 상황에 사드 반대만 들고 나왔다가는 정부·여당으로부터 반대만 하는 안보 무능 정당이라는 역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사드 국회를 만들면 안 된다”며 “사드 국회가 되면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등 각종 현안이 묻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드에 대해 당내 여러 가지 의견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론을 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사드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 대표의 한 참모는 “추 대표가 사드 문제에서 후퇴하는 것으로 보면 안 된다”며 “모호하게 가자는 것도 아니고 신중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문제에 대해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인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압박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사드 배치 찬성 당론을 채택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사드 배치 찬성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물었고, 의원들은 이견 없이 박수로 찬성의 뜻을 표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야당이 힘을 합쳐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고 국회에서 재검토하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적기가 됐다”며 “사드 배치 반대에 더민주가 함께할 것을 추미애 대표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글=유성운·최선욱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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