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정제」의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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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실시이래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된 대학졸업정원제가 마침내 교육개혁 심의회에 의해 본격적인 검토의 대상이 되었다. 전면폐지와 보완의견이 맞서 결론은 못 내렸지만 조만간 개선안이 마련될 것은 분명해졌다.
당초 이 제도를 실시할 때는 나름대로 수긍이 갈만한 점이 없지 않았다. 대학의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사학의 재정강화에 도움을 주며 폭발적인 교육수요를 수용, 재수생문제를 완화한다는 목적이 부분적으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들을「면학」에 묶어 학원소요의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또 하나의 목적은 빗나가고 말았다.
대학가의 시위가 시대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측면은 제쳐두고라도 졸업정원제 자체가 시위를 일으키는 주요 이슈로 등장하는 역효과 마저 낳았다.
대학생활이 단순히 무난히「졸업」을 성취하는 과정이 아니라 폭넓은 인간관계를 쌓아 원만한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볼 때「탈락모면」을 위한 대학생들의 경쟁은 오히려 정상적인 대학교육을 왜곡시킨 결과도 되었다.
이 제도의 또 하나 모순점은 탈락기준을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적용한데 있었다. 모든 대학의 「학력」이 모두 똑같지 않을 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우수대학의「수료」또는「탈락생」이 나머지 대학의 최우수 학생보다 우수할 수도 있다.
물론 제도를 자꾸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실시된 지 불과 5년에 또다시 제도를 바꾸면 또 다른 부작용이나 혼란이 따른다. 대학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현실에서 대학정원을 축소한다면 재수생 문제가 심각해질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어떤 제도 건 그렇듯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장점이 있다고 해서, 또는 실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서 물의와 폐단이 가중되고 있는데도「개선」을 머뭇거리면 그것은 엄청난 사회적 낭비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교육개혁 심의회가 내놓는 4가지방안은 대충 제도의 전면폐지와 정원문제를 대학의 자율에 맡기 자는 두 가지 방안으로 나뉜다.
우리가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할 점은 과연 어느 쪽이 더욱 대학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지구촌」이란 말이 실감이 나게 갈수록 국제적인 교류가 빈번해지고있는 현실에서 한나라의 교육이 국제적인 비교에서만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대학교육도 세계 어느 대학에 견주어서도 손색이 없는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에서 재검토되어야함은 시대적 요청이다. 그렇다면 졸업정원제도 제도 자체의 장단점비교라는 근시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질 향상이란 보다 거시적이고 원론적인 접근방법의 일환으로 검토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선결되어야할 과제는 대학교육을 유럽제국처럼 고급인력 양성기관으로 할 것인지, 미국같이 대중 교육기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부터 설정해야 한다.
어느 경우 건 대학교육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우선되어야하고 그 다음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대학자율에 맡겨져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그렇게 되기까지 정부가 어떻게 개입과 간섭의 정도를 늦추느냐는 방법상의 기술로 모아진다.
입학 정원부터 대학자율에 맡기면 큰 혼란과 파문이 일어날것은 뻔하다. 대다수 사학의 자율을 감당할만한 능력이나 태세에 의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입학정원은 정부가 정해주되 졸업정원제 실시여부는 대학에 맡기는 것이 현실적인 타개책일 것 같다.
교육, 특히 고등교육은 기본적으로 자율성 확보에서만 그 내실이 기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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