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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요리 경연, 문화 공연 … 푸드트럭이 거리문화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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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양동 복합쇼핑몰 ‘커먼그라운드’마당. 푸드트럭을 찾은 시민들이 멕시코 요리인 ‘타코’와 ‘퀘사디아’를 먹고 있다. 이 쇼핑몰엔 4대의 푸드트럭이 있다.

각양각색 조명이 음악 무대 밝혀
각국 요리로 고객 입맛 사로잡아
몇 곳 빼곤 아직 매출 저조한 편

개성 넘치는 메뉴·외관

짐을 싣는 트럭이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고급 음식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스테이크를 비롯해 치킨·피자·햄버거·볶음밥·샌드위치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수준을 넘어 문화공연과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움직이는 식당’ 푸드트럭이 도심의 거리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어둠이 내리자 각양각색의 트럭 40여 대가 광장을 둘러쌌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강변으로 나온 시민이 하나둘 트럭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셰프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지고 순식간에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음식이 완성됐다. 요리경연대회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줄을 선 시민은 인증샷 찍기에 여념이 없다. 트럭으로 둘러싸인 중앙 무대에선 어쿠스틱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다.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음악과 맛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 됐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직장인 박권민(35·서울 신림동)씨는 “한강을 올 때마다 야경만 보고 돌아갔는데 공연도 즐기고 다양한 음식까지 맛볼 수 있어 즐거운 하루가 된 것 같다. 피서지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컬처웨이 이성환 대표는 “한강의 야경을 볼 수 있는 낭만의 장소에서 문화공연과 맛의 향연을 펼칠 수 있는 건 푸드트럭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기동성이 뛰어나고 한 장소에서 다양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푸드트럭만의 장점을 살려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한강공원, 예술의전당 불야성
서울시가 민관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매주 수요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여덟 차례에 걸쳐 ‘한강 푸드트럭 100’ 행사를 진행했다. 도심에서 휴가를 즐기고 싶은 가족·연인·직장인을 위해 마련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이날 행사에만 1만50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새로운 거리문화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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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공연팀이 예술의전당 푸드트럭 앞에서 클래식 연주를 하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거의 매일 푸드트럭이 제공한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야외축제가 열린다. 주말이면 파라솔과 야외무대 객석에 앉아 음식을 놓고 공연을 즐기는 관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줄지어 늘어선 푸드트럭의 반짝이는 조명을 받으며 클래식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은 유럽의 거리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예술의전당 사업개발팀 김낙곤 과장은 “야외광장을 찾아 공연을 즐기고 출출함도 달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푸드트럭이 참여하는 문화행사를 만들게 됐다”며 “푸드트럭이 중심이 돼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원이나 문화예술 공간뿐 아니라 레저시설과 복합쇼핑몰에서도 푸드트럭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휘닉스파크는 휴양객을 위해 여름 시즌을 맞아 푸드트럭을 운영했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푸드트럭을 선별해 거리를 꾸몄는데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휴양객들은 늦은 시간까지 다양한 음식과 함께 여름밤을 즐겼다. 휘닉스파크는 가을 시즌에는 보다 다양한 메뉴로 푸드트럭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 자양동의 쇼핑몰 커먼그라운드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푸드트럭으로 매장을 설치해 이목을 끈다. 홍대 길모퉁이에서 시작해 유명세를 탄 수제버거 트럭, 세계 32개국을 여행하며 김치요리를 홍보한 김치버스, 스페인의 곤봉 모양 추러스를 판매하는 트럭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푸드트럭만의 매력이다. 김치볶음밥, 철판닭갈비 등 한국음식을 비롯해 하와이안 갈릭 스테이크, 이탈리아 나초, 중국 상하이 동파육, 쿠바 샌드위치 등 저마다 특색 있는 메뉴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외관도 진화하고 있다. 간단한 분식을 팔던 소박한 트럭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자동으로 지붕이 올라가는 최첨단 푸드트럭이 반짝이는 장식을 달고 도로를 누빈다. 젊은 창업자가 많아지면서 개성 넘치는 메뉴와 위생에 신경 쓰는 모습도 긍정적이다.

운영 장소 한정, 임대료 천차만별
음식 종류만큼 창업자 사연도 다양하다. 백석예술대는 창업에 대한 자신감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외식조리학과 학생들이 조리하는 푸드트럭을 만들었다. 대기업과 장교 출신의 두 친구는 해외여행 중 라오스의 팬케이크와 닭꼬치에 매료돼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를 차렸다. 군대 동기 출신인 두 명의 대학생은 대만과 전국의 야시장에 다니며 쌓은 노하우로 ‘큐브 스테이크’를 개발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맹진 백석예술대 외식산업학부 교수는 “푸드트럭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 외에도 개성 넘치는 메뉴와 문화공연을 접목한 새로운 거리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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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강 푸드트럭 100’ 행사에서 고적대가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심의 명물이 된 푸드트럭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2018년까지 푸드트럭 75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우선 다음달부터 11월까지 반포 한강공원 세빛섬 앞 달빛광장에 푸드트럭 15대를 도입하고, 내년엔 30대를 추가하며 2018년에는 망원·이촌 한강공원에도 푸드트럭 30대를 운영할 예정이다.

푸드트럭은 2014년 9월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합법화됐다. 지난해 3월 전국에 3대에 불과했지만 현재 200여 대까지 늘어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푸드트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운영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는 데다 장소마다 임대료가 천차만별이다. 주변 상인과의 마찰을 고려해 일정 거리를 두다 보니 목 좋은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야시장이 활성화된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선 매출이 저조한 편이다.

하혁 한국푸드트럭협회 대표는 “영업 장소를 선정할 때 전문업체의 자문이나 컨설팅을 받도록 해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며 “푸드트럭의 영업시간을 조정하고 이동제한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 주변 상인과의 마찰을 줄이면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마솥 김치볶음밥, 눈꽃 닭갈비, 미스터 케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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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맛집 푸드트럭
축제장, 공원, 도심 골목에 자리한 각양각색의 푸드트럭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색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푸드트럭이 모여 먹거리 거리를 형성하거나 개성 넘치는 메뉴로 차별화한다. 전국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푸드트럭을 소개한다.

매주 금·토·일요일 서울 여의도 물빛공원에 가면 형형색색의 푸드트럭을 볼 수 있다. 한강의 야경에 푸드트럭의 화려한 조명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위 사진). 갓 구워낸 와플, 곱창과 닭갈비로 만든 컵밥, 특별한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가마솥에서 만든 김치볶음밥, 알코올 없는 칵테일 같은 40여 종의 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각종 공연이 열려 무료함을 달래준다. 매주 테마가 바뀌어 음악 취향에 따라 가는 날을 정해도 좋다. 돗자리와 부채를 주는 이벤트도 열린다.

금·토·일 여의도 물빛공원서 이벤트
예술의전당에는 모두 5대의 푸드트럭이 입맛을 돋운다. 백석예술대 학생들이 운영하는 ‘셰프리’에서는 눈꽃 닭갈비, 김치퀘사디아, 치킨타코 등 퓨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케밥으로 유명한 이태원 터키음식점 케르반(KERVAN)이 운영하는 ‘미스터 케밥’과 치즈베이컨, 아메리칸 스테이크가 유명한 ‘팩토리 에브리웨이’도 인기다. 복합쇼핑몰 커먼그라운드 내 ‘김치버스’에서는 김치와 김치소스를 넣은 타코류와 퀘사디아류, 튀김류를 맛볼 수 있다. 바삭바삭한 감자튀김 위에 네 가지 소스와 김치, 돼지고기를 얹은 ‘북한산 프라이즈’는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바로 옆 햄버거 전문점 ‘핸인핸버거’는 육즙이 나오는 햄버거가 유명하다. 고기를 직접 손질해 11가지 천연 재료로 양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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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팩토리 에브리웨이’ 푸드트럭에서 직원들이 스테이크를 만들고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 메뉴 40여 종
예술의전당 색다른 퓨전 요리
일산문화공원 ‘미스터 핫도그’

경기도 고양시 장한동 일산문화공원에는 핫도그와 스테이크를 판매하는 ‘미스터트럭’이 있다. 청년 창업을 돕기 위해 기획된 ‘푸드트럭 공개 오디션’을 통해 생겼다. 주요 메뉴로는 탱탱한 소시지에 양파와 토마토 같은 신선한 채소와 달콤한 미트소스를 더한 ‘미스터 핫도그’다. 직화로 구워주는 쇠고기 스테이크도 판매한다. 스테이크는 공원을 산책하면서도 한입에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작은 조각으로 나온다. 브로콜리·버섯·토마토 등 구운 채소도 곁들어 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아름방송 앞에는 초밥을 판매하는 ‘어미스시’가 있다. 참치횟집 요리 경력이 있는 주인장이 조리한다. 연어초밥부터 광어·연어·참치 등 다양한 초밥을 즐길 수 있다.

전주 고로케, 대전 주꾸미, 부산 프레즐
축구팀 전북현대모터스의 홈경기장인 전주에는 푸드트럭 ‘그양반네’가 있다. 지난달 KBS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소개된 ‘수제어묵고로케집’이다. 매일 아침 재료를 직접 손질해 판매한다. 아파트 장터에 다니다가 행사가 있으면 강원도, 부산까지도 운행한다. 쫄깃쫄깃한 식감에 바삭거리는 튀김 옷이 잘 어울린다. 쇠고기어묵·치즈·부추·카르보나라 등 10가지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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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중앙동에 있는 푸드트럭 ‘그양반네’는 아침마다 만든 어묵고로케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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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봉명동 ‘스시랑카’ 푸드트럭에선 조리사가 만든 스시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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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둔산동·은행동에서 영업하는 푸드트럭 ‘쭈꾸야끼’는 살살 녹는 다코야키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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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우동 ‘더베이101’ 1층에 있는 푸드트럭 ‘라임타임’은 다양한 라임 음료를 판매한다.

대전시 서구에 가면 스시트럭 ‘스시랑카’를 볼 수 있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일식 조리사 부부가 1년 전 문을 연 ‘달리는 초밥 트럭’이다. 조리사 출신 부부라 음식에 자부심이 높다. 매일 신선한 초밥을 위해 재료 관리를 철저히 한다. 당일 사용할 만큼만 준비해 당일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인기 있는 메뉴는 광어·연어·쇠고기 초밥으로 쇠고기는 즉석에서 구워준다. 주꾸미를 넣은 다코야키 푸드트럭 ‘쭈꾸야끼’도 대전의 명물이다. 27세 청년 사장이 일본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주꾸미 다코야키에 반해 한국식으로 개발했다. 수퍼맨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가는 곳마다 시선을 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위치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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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과 커먼그라운드에서 아메리칸 바비큐를 판매하는 푸드트럭 '원더트럭'

부산에선 바닷바람을 쐬며 푸드트럭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해운대·송정 해수욕장 인근에는 이색적인 세계 요리를 파는 푸드트럭이 있다. 해운대구 우동 ‘더베이101’의 푸드트럭 ‘라임타임’에선 해운대 야경과 밤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음료를 먹을 수 있다. 계절마다 음식 메뉴를 바꾼다. 현재 라임모히토, 라임에이드, 라임슬러시 등을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도 푸드트럭이 있다. 벨기에산 빈체종 감자튀김을 판매하는 ‘앤더프릿’,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앤티앤즈 프레즐’, 핫도그와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더 푸드 트러커스’가 있다.

글=강태우·윤혜연·라예진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정한,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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