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애 사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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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두 개의 행사가 인류의 사랑을 위해 전세계를 조용히 흔들었다.
아프리카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모금 행사인「스포츠 에이드」달리기대회와 미국의 빈민을 돕기 위한 「미국횡단 인간 사슬(Hands across America)」이 25일 우연히 함께 지구를 감쌌다.
스포츠 에이드에는 세계 78개국의 2백73개 도시에서 2천만 명이 참가해 인류사상 최대의 인간애 합창을 보여주었다.
수단의 육상선수「오마르·할리파」가 한 난민촌에서 채화한 성화를 들고 유럽의 12개국을 돌아 뉴욕의 유엔본부 앞에 설치된 성화대에 점화할 때 세계인은 일제히 사랑의 달리기를 시작했다.
뉴욕에서는 브라질의 축구 황제「펠레」와 가수「해리·벨러폰테」등 3천여 명이 달렸고, 부르기나파소에서는「토마스·상카라」대통령이 직접 전 각료를 이끌고 달렸다.
예루살렘에선「시몬·페레스」이스라엘 수상과「마거리트·대처」영국수상이 손을 흔들어 달리기를 성원했으며, 방콕에선「프렘」수상이, 리스본에선「케야르」유엔사무총장이 각각 신호 종을 쐈다.
특히 영국의 버킹검에서는 한 지체불구자가 보조장치를 차고 참가해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으며, 무장강도죄로 복역중인 한 죄수가 대회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또 짐바브웨에서는 외다리 문둥이「데이비드·치쿠나」가 결승점에 들어와 격려하는「무가베」수상 부인의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서울에서도 5천5백여 명이 참가해 1천4백50만원을 모았다.
이 행사로 전세계에서 1억 달러가 모금되리란 예상이다.
유니세프와 함께 이 행사를 주관한 아일랜드의 로크가수「봅·겔도프」는『유엔이 2천만 세계인의 부르튼 발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밴드 에이드」와「라이브 에이드」로크음악회로 8천5백만 달러(7백65억원상당)를 모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인간 사슬」을 기획한「캔·크라겐」은『돈을 모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가난이란 것에 대해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작년에「세계는 하나」(We are the world)를 주도했던 그는 이번「인간 사슬」에「레이건」대통령부처와 4백만 명의 미국인을 참가시켰다.
미 대륙의 동서해안을 잇는 그「인간 사슬」의 동쪽 끝 뉴욕에선 집 없는 6살 짜리 소녀가 손을 내밀었고, 6천6백40㎞ 저쪽「인간 사슬」의 끝에 롱비치의 서 무주택 가족7명이 마지막으로 손을 잡았다.
1인당 10달러 이상을 내고 참가한 사람들은 함께 맞잡은 손을 높이 치켜올렸을 때 결코 외롭지 않은 인간애의 혈류를 뜨겁게 느꼈을 것도 같다.
인간을 구원하는 길은 인간 자신의 사람 외엔 없다는 확신도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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