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당은 TK, 여당은 호남 대표…58년 개띠 여의도 점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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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 빈농의 아들인 이정현(58·3선) 새누리당 대표의 당선에 이어 대구의 가난한 세탁소집 둘째 딸인 추미애(58·5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첫 호남 출신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첫 대구·경북(TK) 출신 여성 야당 대표가 탄생한 것이다.

이정현·유승민·김부겸·정장선…
4·19와 86세대 사이 ‘낀 세대’
주목 못 받다가 여야 핵심 꿰차
긴급조치·광주민주화 겪으며 성장
정병국 “출신 다양해 정체성 없어”
김성식 “새 변화 이끌 수 있을 것”

두 사람은 1958년 9월과 10월생으로 동갑내기다. 두 사람 외에도 여의도 국회는 ‘58년 개띠’ 전성시대다. 우선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의 유승민, 더민주 김부겸 의원이 그렇다. 이외에도 새누리당에선 심재철·정병국·김성태(3선) 의원, 더민주에선 정장선 총무본부장과 민병두·남인순·박남춘 의원, 국민의당에선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58년 개띠다. 김부겸 의원은 실제 56년 12월생이지만 뒤늦은 출생신고로 호적상으론 58년생이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도 58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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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는 6·25전쟁 이후 한 해 출생아 수가 90만 명을 처음 넘어선 베이비부머(1955~72년생)의 중심 세대이자 ‘낀 세대’로 불린다. 가난한 농경 사회의 막내로 4·19세대로 불리는 40년대생 선배와 86운동권 후배 세대 사이에 끼어 상대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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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고교 입시제(엘리트주의) 선배들과 달리 74년부터 시행된 첫 고교평준화(속칭 ‘뺑뺑이’) 세대다. 이들은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대학생이었다. 이후 40대에는 외환위기 사태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판사 출신인 추미애 대표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떠나 외가에서 자랐다”고 회고했다. 이정현 대표도 “나는 흙수저도 아닌 무(無)수저 출신이다. 곡성 골짜기에서 소 풀을 먹이면서 신문 기사나 ‘존 F 케네디’ 전기를 읽고 정치인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들은 고(故) 이기택 민주당 총재를 비롯한 4·19세대, 이철 전 의원과 이해찬 의원 같은 민청학련 세대, 80년대 운동권 스타 출신인 우상호·이인영 의원 같은 86세대 후배들보다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 여야 각 진영에서 당 대표, 원내대표 또는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추 대표와 같은 5선인 정병국 의원은 “우리는 베이비부머 세대로 출신 이 너무 다양해 세대적 정체성이란 게 없다”며 “그냥 살다 보니 시대가,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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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선 본부장은 “2000년 16대 국회에 처음 들어왔을 때 추미애 의원 등 58년생이 10명 정도였는데 그들이 성장해 여야를 이끌게 됐다”며 “산업화·민주화를 경험한 열린 세대로서 세대·계층갈등을 극복하고 새 시대를 여는 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은 “4·19 선배나 86후배들과 달리 우리 세대는 엄혹한 긴급조치 때 대학 시절을 보내 정치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며 “하지만 늦게 정치를 시작한 대신 특정 이념과 계보에서 자유롭다. 진영 논리를 벗어난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박유미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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