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 인 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럽 젊은이들, 나가지 않고 돌아오다』-.
제목이 재미있다.「나간다」(drop out)는 얘기는 데모를 한다는 뜻이고, 「돌아온다」(드롭 인)는 말은 보수적이라는 얘기다.
이번 주 유 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는 요즘 유럽의 청년들이 몰라보게 변하고 있는 모습을 다루고 있었다.
우선 겉모양부터 보자. 블루진과 작업복 차림은 20년 전만 해도 유럽 젊은이들의 「정장」이었다. 70년대까지도 그랬다. 그 옷매무새가 요즘은 신사의 넥타이 차림과 숙녀의 성장으로 바뀌었다.
장발이 사라진지는 벌써 오래고, 고등학생들까지도 넥타이와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겉모양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최근 15∼25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한 결과는 76%가 정치엔 관심이 없었다. 좌익청년들은 마르크스주의적 구호에 고개를 젓는 동료들에게 직업을 구해주는 일로 환심을 사려하고 있다.
서독에선 녹색당이 한때 기세를 올려 젊은 정치 지망생을 의원으로 뽑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이들은 블루진 차림으로 의회에 출석해 그것도 세상의 화제가 되었다.
그후 7년이 지난 오늘, 서독의 젊은이들은 『모든 정당이 썩었고, 권력만 탐내고, 문제를 개선할 줄 모른다』고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리비아 공습이 있고 나서 수천 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 데모도 금방 쪼그라들고 말았다.
행동만이 아니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결혼과 가정과 가족에 관심이 많아졌다. 교회마다 젊은이들의 참석이 늘고 있다. 로마의 한 성당엔 1천명의 젊은이들이 성가를 부르며 자선행사에 참여했다.
영국의 뉴 소사이어티라는 잡지가 조사한 섹스에 관한 반응도 아주 보수적이었다. 혼외의 「관계」는 60%가 『노!』였다.
요즘 젊은이들이「우정」,「친목」과 같은 말을 즐겨 쓰는 것도 전에 없던 현상이다. 그리고 학력을 중시하는 태도도 두드러진다.
이런 변신(shift)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치의 근본을 바꾸려는 항거에서 실패한 뒤의 환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지배적인 견해는 7년대 말 이후 줄곧 겪어온 「경제적 곤란」을 지적하고 있다.
70년대만 해도 반전이다, 환경보전이다 하는 문제를 떠들던 프랑스의 레투디앙(학도)이라는 잡지는 최근 출세하는 법, 직업 소개, 기술학교 안내로 대부분의 페이지를 메우고 있다. 이런 얘기들을 부러워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수평선 너머 바깥 세상이 우리와 판이한 것만은 사실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