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먼저다 1부] 외국에선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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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극복의 해결책을 '일자리 만들기'에서 찾는다-.

장기불황에 시달려온 선진국들의 해법이다.

정부와 노사가 한마음으로=일본에서는 올 4월부터 특별 대책이 쏟아졌다. 1992년 40만명이던 청년실업자 수가 지난해 말 70만명에 이르고, 청년실업률도 4.5%에서 9.9%로 급증했기 때문. 우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특명으로 '5백30만명 고용 창출 촉진팀'을 발족했다.

지난달에는 정부 각 부처 합동으로 '청년자립 및 도전 플랜'도 내놓았다. 이 같은 방침 아래 기업이 원하는 인재 요건을 명확히 설정해 학교와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청년창업에 도전하는 의식을 고취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재계는 4월 게이단렌(經團連) 등 경제단체 회장들의 공동 명의로 '고용확대를 위한 총력 결집'을 선언했다. '청년실업과 장기실업 해소'에 초점을 맞춰 ▶직업훈련 강화▶지방자치단체별 특성을 살린 고용촉진책 지원▶벤처투자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노조도 고용안정에 역점을 두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임금인상은 현 상황에서 관심 밖이다. 불황 속에서 기득권에 매달리다가는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의 다쓰이 요치(龍井葉二)종합노동국장은 "파업은 60년대 일. 지금 노조는 경영진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주문량이 줄어드는데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이란다. 그래서 렌고는 최근 들어 기업을 상대로 협상을 벌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에 요구한다. 주된 요구사항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책이다.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도록 일자리를 나누는 워크셰어링 정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노.사.정이 불황 타개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섣부른 정책은 금물=프랑스는 실업해결을 위해 기업 자율성을 저해하는 정부 주도의 고용자 우선 정책을 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어설픈 정책은 오히려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 상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곱씹어볼 대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청년실업률(18.7%)이 가장 높은 프랑스는 2000년 '오브리법'을 제정했다. 20명 이상 사업장에서는 주당 법정 근무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였다. 정부는 대신 추가 임금을 기업에 보조해주기로 했다. 고용기회를 늘리자는 취지였다. 어기면 형사처벌도 불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기업들을 해외로 빠져나가게 했다. 지난해 프랑스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는 6백26억달러. 반면 국내 투자는 4백82억달러에 그쳤다.

최근 푸조사가 슬로바키아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푸조는 현지에서 1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전망이다. 자기 나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낼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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