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생각해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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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호 20면

‘재활훈련’(2015), 퍼포먼스, 160분

‘7가지 방법’(2008), 퍼포먼스, 75분

‘유압 진동기’(2015), 렉쳐퍼포먼스, 60분

올해 제16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수상작가는 정금형(36)이다. 무용과 퍼포먼스, 영상과 전시를 오가는 전천후 작가다. 지난해 지원 작가로 선정돼 4개월간 파리 에르메스 재단 레지던시 경험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을 이번 개인전으로 풀어냈다.


작가의 주된 관심사는 ‘몸’이다. 그것은 자신의 몸일수도, 마네킹 같은 물건일 수도 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이 두 ‘몸’ 사이의 연결을 추구하는 작가의 행위는 섹슈얼한 마찰로 인해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김윤경 큐레이터에 따르면 ‘광장에서의 관음증’이다. 은밀한 공간에서 애용함직한 오브제들을 넓은 공간에 펼쳐보임으로써 작가는 오히려 관음의 대상을 확장시킨다. 하여 풍선, 로봇청소기, 가위, 사다리 같은 일상의 물건들은 작가의 의도에 힘입어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마네킹을 움직여 자신의 상의 지퍼를 내리게 하는 영상 속 작가의 움직임은 생각하기에 따라 섹슈얼할 수도, 눈물겨운 재활훈련일 수도 있다. 성인용 전시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아뜰리에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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