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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속구에서 제구력으로 스타일 바꾼 장타왕 김대현

중앙일보

입력

 거리에서 김대현은 지고는 못 살았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자부심을 넘어 김대현 그 자체였다. “드라이버를 피칭웨지처럼 똑바로 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KPGA에서 드라이브샷 거리 1위를 했다. KPGA 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00야드를 처음으로 넘긴 장본인이 바로 김대현(2009년, 304야드)이었다. PGA 투어에서 처음 300야드 시대를 연 존 댈리처럼 김대현은 KPGA 장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13년 미국 진출을 위해 PGA 2부 투어에서 뛰다 슬럼프에 빠진 후 거리가 줄었다.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평균거리는 286야드로 7위로 밀렸다. 지난해에는 277야드로 30위, 올해는 279야드로 86위로 처져 있다.

지난해까지는 공이 똑바로 가지 않아 거리 손해를 봤다고도 할 수 있다. 올해는 공이 똑바로 가는데도 예전처럼 멀리 가지 않는다. 그는 “어깨를 다친 이후 공을 때리고 싶어도 안 된다. 20야드 정도 거리가 줄었다. 대신 정확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던 김대현이 정교한 제구력으로 던지는 스타일로 바뀐 것이다. 김대현은 “장타자가 왜 거리가 줄었느냐, 왜 성적을 못 내느냐는 등의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신경이 쓰이지만 관심이 있으니까 해 주시는 얘기라고 생각하고 더 좋은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대현은 26일 경남 양산 에이원 골프장에서 벌어진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선수권 2라운드에서 허인회, 김우현과 함께 경기했다. 거리에서 이기지 못했지만 성적은 제일 좋았다. 김대현은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잡아 중간합계 11언더파를 기록했다. 김우현은 합계 6언더파, 허인회는 6오버파였다. 김대현은 12언더파 선두 박준섭에 이어 공동 2위다.

김대현은 매우 만족했다. 성적 보다는 보기가 없는 것이 더 좋았다고 한다. 그는 “노보기 경기가 거의 없었다. 쇼트게임을 할 때 너무 생각이 많아 실수가 나았는데 오늘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 가지 기술만을 사용해 단순하게 경기하면서 보기를 없앨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거리에 목숨 걸던 그는 이제 스코어를 생각하는 것이다. 김대현은 “안전하게 집중해 경기해 우승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김대현은 군에 가야 한다. 그는 “입대를 결정한 후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김우현과 입대 직전 한 조에서 경기했는데 그 때와 갓 제대한 지금의 감각이 똑같아 놀랐다. 우현이를 보면서 자신감도 얻었고 노하우도 배웠다”고 말했다. 김대현은 김우현에게 훈련소 생활하는 법과 괴짜 고참 피하는 법도 배웠다고 한다.

그래도 동료들 보다 늦게 군에 가는 아쉬움도 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은 연말 외국 투어 Q스쿨에 가는데 나는 논산훈련소로 간다. 가능성이 거의 없겠지만 훈련소 Q스쿨 성적이 좋으면 골프병 같은 것으로 갈지 혹시 알겠는가”라고 농담을 했다.

양산=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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