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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덩치만 키운 공룡방송 누구에게 돌 던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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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MBC가 자산 2조8백90억원으로 한국 재계 46위로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MBC는 대기업 대열에 올라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호출자제한을 받게 돼 문어발 확장을 못하게 됐다.

그럼 KBS는 어떤가. 공사인 KBS는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49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에는 지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매출액은 약 1조3천억원으로 MBC 매출액(7천억원)의 두배에 가깝다. KBS가 차지하는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쯤이면 KBS.MBC를 '방송 공룡'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상호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는 KBS.MBC와 조중동. 이들을 직접 비교해보자. 먼저 KBS 매출액은 세 신문사 매출액을 합친 액수(1조2천6백억원)보다 많다.

또 KBS.MBC.SBS가 방송 시장의 87%를 차지하는 반면, 이들 신문은 신문시장의 41%를 겨우 넘을 정도로 시장점유율 차이가 크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16대 대선에서 TV의 영향력이 신문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조사와 한국 미디어 중 KBS가 영향력 1위를 차지했다는 시사저널 발표도 있었다.

또 2002년 전체 4대 미디어 광고시장 점유율은 방송 38%, 신문 31%로 방송 광고가 점차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용자(독자.시청자) 도 조중동 신문을 매일 읽는 인구는 약 6백만명(광고주협회 조사)인데 KBS.MBC의 평균 시청인구는 1천만명(오후 9시 뉴스 기준)을 넘는다.

즉 매출액, 영향력, 수용자 등 어떤 면을 비교해도 KBS.MBC가 조중동을 압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룡인 KBS.MBC가 조중동을 맹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소유 구조와 인사 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KBS는 재경부가 100%, MBC는 방송진흥회.정수재단이 각각 70%.3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또 대통령이 KBS 사장을 직접 임명하고, MBC 사장 선임 역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KBS.MBC의 특정 신문 비판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려는 노력은 아닌지, 혹은 비판적인 신문의 힘을 빼려는 정권의 의도가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

게다가 정부, 마이너 신문, 일부 온라인 매체까지 가세해 3개 메이저 신문을 때리고 있으니 이런 의구심은 증폭된다.

방송법 개정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KBS와 MBC가 진정한 공영 방송으로 거듭날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정부의 입김 아래 놓인 소유 구조.인사 행태 등 신군부의 유산을 털고, 정권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방송으로 개혁할 기회다. 이번에야 말로 공영방송의 품위를 깎는 선정적.이데올로기 편향적 프로그램을 없애고, 비생산적. 비효율적인 조직을 과감하게 구조 조정하는 자기개혁이 필요하다.

두 공영방송이 이를 통해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독일의 ZDF 등 세계적인 공영 방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대해본다.

미디어전문기자 twkim@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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