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1000엔 콘서트로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 마음 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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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종혜

"일본 재난 피해자들을 위해 연주합니다"
피아니스트 공민 인터뷰


8월 6일 저녁,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피아니스트 공민의 연주회 'TEARS'가 열렸다. 100석 정도의 작은 공연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득 찼다. 1시간 40여분 동안 피아노 연주, 게스트 가수와 연주자가 동참해 일본에서의 경험과 노래, 그리고 음악을 나누었다. 단순히 노래만을 즐기기 위해 모인 것 같지 않은 사람들과 연주자들. 이들 한명 한명이 모여 연 작은 연주회에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을까. 공연이 끝난 후, 피아니스트 공민 씨를 만났다.

-TONG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공민입니다. 한국 가요계에서 (임재범, 정재형, 루시드폴, 슈퍼주니어 등) 10년 이상 피아노 세션으로 활동해왔습니다. 2014년 일본에서 피아노 솔로앨범을 냈고 현재는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일본 지진 지역 피해자들을 비롯해 상처 입은 주민들을 찾아가 위로 공연을 한다고 들었는데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바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2013년 6월 색소포니스트 박광식씨의 권유로 함께 재난지역(일본동북지역)에 들어가서 연주를 하게 됐습니다."

-역사적인 이유로 한국 사람들은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에 대한 거부감, 혹은 적개심이 있는 편인데요.
"저 역시 대지진 전까지는 일본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옆 나라의 큰 재난 소식을 듣고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할 수 있는 것이 음악밖에 없었던 저는 그곳에 찾아가 가족과 전 재산을 잃은 이들을 위한 연주를 열기로 했습니다. 저희의 연주로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던 이들이 연주를 듣고 희망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위로하러 간 제가 더 큰 위로를 받아버렸죠. 가치가 있는 이 일을 계속 하고싶다고 결심했고 2013년 이후로 매달 일본을 방문해서 자선 연주 활동을 해오다가 2015년 초에 일본으로 거처를 옮겨 지속적으로 연주회를 열고 있습니다."

-주로 일본 지역 어느 장소를 섭외해서 공연을 하셨나요?
"그 지역의 교회를 찾아가서 공연 취지를 말씀 드리고 섭외가 되면 포스터와 초대장을 만듭니다. 그리고 1000엔 정도의 입장료를 꼭 받습니다. 일본인들은 무료로 공연을 한다고 하면 자신들이 동정 받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 공연에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공연 입장료를 설정해 놓으니 오히려 더 많은 분들이 연주회에 참석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특이하게 입장료 받는 위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에 일본에서 발매한 연주 앨범 제목이 특이하던데요. 우리말로 '눈물이 주룩 주룩'이라는데.
"'눈물이 주룩주룩(?そうそう)'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일본곡입니다. 동명의 영화 주제곡이기도 합니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가사를 담은 애처롭고 감성적인 곡인데요. 처음으로 재난 지역에서 콘서트를 하게 됐을 때 어떤 곡을 연주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마침 일본에서 활동하는 동료 뮤지션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일본인들이 아는 곡'을 연주하라고 당부 받았고 유튜브에서 이 곡을 발견했습니다. 하루 만에 편곡을 마치고 현지에서 연주했죠. 예상대로 반응이 뜨거웠고 연주 횟수가 거듭될수록 이 곡을 음반으로 만들어 달라는 일본인들의 요청이 늘었습니다. 언젠가 만들겠다고 약속을 했기에 2015년 3월 11일에 일본현지에서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일본 현지에서 동일본 대지진 5주기 날에 맞춰 발매하게 된 것은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공민.

피아니스트 공민.

-오늘 서울 공연의 목적과 주제는요.
"새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기도 하지만 앨범을 만들게 된 배경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앨범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지만 콘서트를 할 때도 진정성 있는 리얼 스토리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 일본 재난 지역에 들어가서 연주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 일을 지속하는지. 연주 속에 있는 일본에서 아파하는 이들의 마음과 모습이 그대로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재해지역을 다니며 본 그들의 눈물,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흘린 눈물 그리고 그 눈물의 의미,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TEARS'라는 제목으로 소규모 공연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오늘 연주회에 함께 하는 초대 연주인들도 공민씨의 연주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동참하는 건가요?
"일본에서 콘서트를 할 때도 같은 멤버 구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드럼, 베이스 연주자분들은 벌써 7, 8년째 함께 가요계에서 같이 해온 동료들입니다. 특별히 이번 새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해 주셨고요.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연주자들이고 상당히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작년 미국 콘서트를 계기로 의기투합하게 돼 주기적으로 일본에서 함께 연주하는 자랑스럽고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색소포니스트 박광식씨와는 일본 뿐만 아니라 유럽, 베트남에서도 함께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테너 아오이 료쿠헤씨는 일본 현지에서 콘서트에서 만나 의미 있는 음악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함께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말씀해 주세요.
"정치적, 역사적인 배경으로 한일 양국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항상 안타깝습니다. 막상 일본에 살면서 현지인들을 만나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역사나 정치적인 상황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나라인 양국이 음악을 통해 인류애를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고통 받을 때 함께 아파해주고 토닥여주고 또 함께 울어주는 거죠. 얼마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께서 구마모토지진 피해복구에 써달라며 성금을 내신 걸 보았습니다. 그런 모습에 진정한 감동이 있고 인류애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적대관계 보다는 협력과 동행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 생각해요. 그 의미가 양국에서의 제 공연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일본에 주로 거주하면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재난지역 위로 콘서트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지 복구단체를 돕기도 하고 앨범의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일본 뮤지션들의 콘서트 세션과 녹음활동도 병행해서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배 연주인으로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고자 하는 꿈이 있는 다른 연주인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요.
"아직 저도 배워가는 과정이라 특별한 조언을 드릴 수는 없지만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그 감정이 순간적인 것인지 아닌지 한 번 정도는 확인하면 좋을 것 같아요. 때로는 그 마음을 즉시 실행에 옮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재차 확인했을 때도 가슴이 뛰면 그때 실행에 옮기는 것도 좋고요.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 재능을 잘 사용하면 사람을 살리는 귀한 일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눈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많이 계세요. 대한민국이 혼란스럽고 어지럽다고들 말하지만 저는 아직까지는 살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감사한 마음으로 이 작은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글=원종혜(무학여고 3) TONG청소년기자 왕십리지부
사진=스페이스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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