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타협 촉구」미 입장 재확인-슐츠 방한에 담긴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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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지·슐츠」미 국무장관의 7일 한국방문이 국내외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몰락 이후 계속되고 있는 「레이건」행정부의 민주화문제에 대한 발언, 미 의회와 언론계의 한국 정정에 대한 높은 관심, 경제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정국, 반미시위의 극렬화 등과 관련, 한국에서의 그의 움직임과 발언이 주목되고 있다.
「슐츠」장관의 방한은 형식적으로는 동경 서방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한미정례외무장관회담에 참석하는 것이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의 방한이 단순한 관례적·정례적 성격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우선 그의 방한은 민주화에 대한 미행정부당국의 이례적인 연속발언의 파장이 국내정국에 나름대로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레이건」대통령의 지난 3월 『우파든 좌파든 어떤 형태의 독재도 반대한다』는 의회메시지 이래 「슐츠」장관과 「시거」동아시아-태평양담당차관보 등의 우방의 정치발전에 대한 잇단 보충발언은 국내정치에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미 의회와 언론에서는 한국의 민주화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며 지난달 하원 「솔라즈」의원은 청문회에서 한국정국을 『같은 궤도 위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로 비유하며 「창조적 타협」을 강조했다.
또 「워커」주한 미대사의 행동반경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미대사관이 타협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학가 등 운동권에서는 반미성향이 급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급진적인 반미성향은 지난 3일의 인천시위에서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슐츠」장관과 한국측 고위관계자들 간의 회담에서는 동경정상회담. 남북대화·한반도평화정착·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외교협력방안 등이 거론된 뒤 한국국내정국과 이에 관한 미국의 입장 표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외교소식통은 『이번 정례외무장관회담의 의제는 사전에 정해진 것이 없으며 자유토론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의 정치발전문제는 양국의 공동관심사인 만큼 자연스럽게 의견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 및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관한 외교협력문제는 「와인버거」국방장관의 한미연례안보회의 발언이나 「슐츠」의 발언에서처럼 『한반도는 아직도 높은 긴장상태에 있고 88올림픽 때까지가 특히 중요한 시기』라는데 한미양국은 견해를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슐츠」방한에서는 다른 공동관심사인한국의 정치발전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한 「슐츠」 장관의 언급은 그의 캔자스주립대학의 발언이나 「시건 차관보의 청문회 증언 등의 법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거의 유력하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지도자승계 과정이 임박해 개혁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정책은 명료하게 민주주의와 자유의 편이며 어떤 독재정치도 반대한다. ▲자유와 경제발전은 동행한다는 원칙론 등이 기조가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미국측의 한국에 대한 언급은 『한국에서의 지속적인 민주화를 권장해왔으며 잎으로도 그럴 생각이다』『우리는 온건한 태도로 일을 처리하고 대화와 타협을 하도록 정부와 야당을 계속 고무해야한다』는 것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특정인, 특정정당의 견해보다는 기본원칙을 중시한다. ▲민주화과정은 복잡해 그 나라 정치·사회·문화적 배경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민이 바라는 정치체제를 달성하는 문제는 한국민의 문제. ▲전두환 대통령은 88년 퇴임을 공약하고 있다. ▲한국의 정세는 필리핀과 다르며, 경제가 활성화돼 있고 군은 고도의 방위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사태에 대해 『폭력은 보다 개방적 정치체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5일의 미국무성 논평도 같은 기조다.
이같은 한국정치발전에 대한 인식은 최근 민주화관계발언 속에 일관되게 시사되고 있으며 「레이건」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정부는 지난2월이래 야당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보이고 있으며 민주화를 위한 환경조성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련의 민주화 발언동기는 ▲필리핀과 아이티에서의 독재자제거를 미국의 외교적 승리로 간주하고 ▲미국이 우익독재를 옹호·두둔한다는 국내외 비판에 대응하며 ▲니카라과의 우익 콘트라 (반정부군) 지원의 명분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필리핀사태에 대한 정치·외교·이념의 사후정리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인권·민주체제에 대한 강조가 강화됐으나 근본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으며 소외 신개입주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슐츠」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4·30청와대회동결과를 적극 환영할 것이며 계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극렬한 운동권의 반미성향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레이건」이 환영한다고 말한 「아시아」에 불고 있는 상쾌한 자유화 바람」을 「슐츠」가 이번 방한에서 어떤 형태로 언급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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