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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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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주관이 뚜렷하고 의사 표현이 활발하며 적극적인 어린이, 그러나 동시에 지나친 자기 본위와 황금만능사조에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어린이들의 참모습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교직생활 10년째인 이주영교사(서울탑동국교)는 『요즘 어린이들의 특징은 활발하고 의욕이 많다는 것』을 꼽는다.
예전같으면 교사를 어려워해 묻는 말에나 대답하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요즘에는 『친한 친구와 사이가 벌어졌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는 의논도 해올 정도로 대화가 많아졌다는것.
그러나 근래들어 일본에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있는 「이지메」 현상 (여럿이 패를 지어 돌려가며 특정아이를 괴롭히는 것)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을뿐 아니라 벌받는 학생을 직접적으로 심하게 놀려대는등 친구가 괴로움을 당할때 오히려 이를 즐기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다.
이원구교감 (연희국교) 도 같은 의견. 그는 『사회에 팽배한 물질만능과 배금주의가 어린이들에게까지 밀려들어와 친구간에도 마음으로 우정과 사랑을 나누기보다 돈을 주거나 물건을 나누는 것으로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는 풍조가 있다』 고 개탄한다.
가정생활을 통해 부모의 눈에 비친 어린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의견은 『자기 의사표현이 강하다』 는 것이다.
조한홍씨 (47 서울서대문구홍은3동) 는 『우리세대는 부모말씀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었으나 요즘 아이들은 자기 의사표현을 당당히 할뿐아니라 자기생각대로 관철시키려는 자기 주장까지 하고 있다』 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주장이 오도돼 『무조건 부모에게 요구할수 있고, 부모는 반드시 이를 들어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문제』 라고 한순희씨(41,서울용산구동지부이촌동 왕궁아파트) 는 지적한다.
또 극히 이기적이어서 모든 이의 관심이 자기에게만 쏠려 있기를 원하면서도 자신은 조금만 힘들어도 하지 않으려고해 등교 준비등을 일일이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이같은 이기주의 자기 중심적 사고는 결과적으로 어린이 스스로의 갈등을 빚어내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어린이보호회 황영희상담실장은 분석한다.
어린이 상담전화인 「신나는 전화」를 통해 나타나는 어린이들의 고민은 주로 친구문제·가정문제·외모등. 이같은 문제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고 있지 않으나 「나만 특별히」라는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에 갈등을 느끼는 어린이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어린이들의 가장 큰 약점은 서로 양보하며 상대방을 존중해 줌으로써 부드럽게 이어지는 인간관계를 제대로 해내지못한다는 것. 게다가 핵가족시대로 인해 자신의 고민을 가까운 친지에게 덜어놓기 어려워 작은 고민이 점점 커져 나간다고 황씨는 들려준다.
김경희교수 (연세대 아동학) 는 『이제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뤄나갈 것이냐 하는 쪽으로의 지도가 강조돼야 할때』 라고 말하고 『가정에서도 어린이들을 능력이나 성취를 비교의 척도로 삼아 지도하기를 지양하고 생활의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고 강조한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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