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게임중독 예방·치료···'아동'만 들어가면 저출산 대책 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나경원(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의 1차(2006~2010년)·2차(2011~2015년)·3차(2016~2020년) 기본계획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등 20개 부처·청을 대상으로 사업별 세부 내용, 선정 이유, 결산 자료 등을 받아 본지와 공동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예산으로 지난 10년(1·2차)간 약 151조원을 투입했고, 2016년부터 향후 5년간 약 198조원의 예산을 쓸 계획이다.

부처들 고유 사업 상당수 끼워넣기
대학 구조개혁 예산까지 포함
“키워드 비슷하면 마구잡이 끌어와”
2차 계획 신규 사업은 무상보육뿐
필요한 난임지원은 400억 줄기도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니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연관성이 떨어지고 부처가 원래 하던 사업을 끼워 넣은 게 상당수였다. 국회 차원에서 지난 10년간의 결산액과 향후 5년간의 저출산·고령화 예산을 종합 점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포장’만 바꾼 저출산 예산=정부의 2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는 ‘다문화’와 ‘외국인’을 키워드로 하는 사업들이 대거 들어 있다. 법무부의 ‘체류 외국인의 한국 생활 적응 지원체계 구축(138억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까지 20개국 언어로 출입국 민원을 상담하고 국내 생활을 종합 안내하는 사업이다.

법무부는 3차 계획에도 ▶외국인 사회 적응 및 정착지원 강화 ▶국민의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등을 포함시켰다. 교육부도 2차 기본계획에 외국인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홍보 강화(12억2000만원) 사업을 넣었다. 실제 사업비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및 한국유네스코협회연맹 지원’에 쓰였다.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 부족 → 외국 인력 보강’ 등을 이유로 들지만 사업 효과가 지나치게 간접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나 의원실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하다 보니 각 부처에서 아동·청소년·다문화·외국인까지 연관 키워드는 모두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라며 마구잡이로 끌어모았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의 경우 청소년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치료, 흡연·음주 예방 사업 등 부처 고유 업무 대부분을 포함시켰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 예산도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해당된다고 했다. ‘산업협력 중점 교수 및 산업체 우수강사 채용(2차·500억8000만원)’ 사업에 대해 교육부 측은 “대학교육에 기업 등 현장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산업체 퇴직 인력을 대학 교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이란 교육부가 원래 추진하는 ‘고유·중점 사업’의 일부를 포장만 바꾼 것이라고 나 의원실은 지적했다.

경제 부처는 일자리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넣었다. 고용노동부의 민간 청년 일자리 창출(중소기업 청년인턴제·1조3207억원)까지 3차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비정규직인 청년인턴제를 지원하면서 고용부는 “( 정규직의) 장시간 근로를 개선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매년 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하는 저출산 대책에 대한 ‘성과평가’ 보고서가 올라온다. 2014년 예산을 평가한 보고서에는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드림스타트 사업(2차·2775억원)과 관련해 “저출산과 상관없이 아동복지 측면에서 장시간 존재해온 정책이므로 저출산 대책의 핵심 성과지표로서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드림스타트 예산은 3차 에도 3485억원이 반영돼 있다.

◆3차 189개 사업 중 새 저출산 사업 4개뿐=순수한 의미의 저출산 예산은 2차 사업 234개(109조9640억원) 중에서 소수였다. 특히 1차 기본계획에서 2차 기본계획에 추가된 신규 저출산 대책 사업은 ‘만 5세 보육교육 공통과정 도입’(복지부·교육부) 예산 12조3947억원이 유일했다. 그나마 중앙정부가 국비로 투입하는 예산은 3848억원에 불과하고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비로 충당하는 사업이었다.

기사 이미지

출산과 직결된 난임·불임 부부 지원 사업(시험관시술비 등) 같은 예산은 1차 계획 당시 4520억원에서 4103억원(2차)으로 400억원가량 줄었다. 3차 기본계획 사업 189개 가운데 저출산 분야 신규 사업은 국토교통부의 신혼부부 주택자금 지원 강화(3051억원), 청년 기술창업 지원(200억원) 등 4개 사업에 불과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