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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신고로 세수 증대…임환수 2년 실험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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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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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환수

국세청은 국가정보원·검찰·경찰과 함께 4대 권력기관에 속한다. 그렇게 때문에 정치적 풍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역대 국세청장이 비위에 연루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과거 국세청장들이 대체로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한 이유다. 임환수 국세청장이 21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이했다. 2000년 이후 취임한 국세청장 9명 중 2년 넘게 자리를 지킨 건 이현동 전 청장(2010년 8월 30일~2013년 3월 26일)과 임 청장뿐이다.

세무조사 줄이고 성실 납세 유도
상반기도 작년보다 18조 더 걷혀

임 청장 취임 2년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세수 증가’다. 국세청 본연의 임무인 나라 곳간 관리를 잘했다는 뜻이다. 임 청장 취임 이듬해인 2015년 국세청은 208조2000억원의 세금을 거뒀다. 목표치(206조원)보다 더 걷어 직전 3년간의 세수 결손에서 벗어났다. 올해도 세수 호조는 이어졌다. 올 1~6월 세수 실적은 12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조9000억원 늘었다.

임 청장이 주력한 ‘자진신고 활성화’가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임 청장 취임 당시 세간에서는 세무조사가 강화될 걸로 봤다. 임 청장이 본청과 지방청 포함, 조사국장을 6번이나 역임한 ‘조사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청장은 세무조사를 통한 ‘쥐어짜기’를 하지 않았다. 실제 세무조사 건수는 2013년 1만8079건이었지만 2014년 이후 1만7000건 수준으로 줄었다. 대신 전체 세수의 90%가 넘는 자진신고에 주목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2월 차세대 국세행정통합시스템(NTIS)을 도입했다. 세수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기반으로 국세청은 성실신고 자료 제공이나 ‘미리 채움서비스’ 제공 등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돕는 데 주력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발적 성실신고가 정착되고 있는 게 세수 호조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임 청장은 이와 함께 올해 1월 본청 준법·청렴 추진단을, 3월에는 지방청 준법세정팀을 신설하며 국세청의 신뢰도 강화에도 적극 나섰다. 임 청장은 지난 10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국민 신뢰의 바탕 위에 기강과 원칙이 확고히 정착된 ‘당당한 국세청’이 되자”고 말했다.

다만 세수가 잘 걷힌다는 건 납세자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뜻도 된다. 더구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할 만큼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이 세원을 촘촘히 관리하되 납세자의 세정 부담을 덜어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세청은 세수 실적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납세자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대신 역외탈세 등을 벌이는 악의적 탈세자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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