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 중1 교실, 학업성취도 되레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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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중의 1학년 국어 수업은 토론으로 이뤄진다. 『홍길동전』을 배울 때는 홍길동의 아버지 홍 판서의 죄목이 무엇인지 학생들이 직접 찾고 변호사팀과 검사팀으로 나눠 공방을 주고받는다. 게임 시간을 규제하는 ‘셧 다운제’나 학교의 ‘매점 설치’ 등의 안건에 대한 찬반 토론을 이어가기도 한다.

시험 얽매이지 않고 토론 수업
사교육비도 평균 2만원 덜 써
“진로체험 인프라 부족” 지적도

동작중은 교사 위주의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해 체험학습 후 신문 만들기, 동네 상권 분석하기 등의 수업을 한다. ‘거꾸로 교실’이라 불리는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수업도 종종 이뤄진다.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과 이론 설명은 교사가 미리 녹화해 파일 형태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수업 시간에는 이를 미리 보고 온 아이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받거나 심화 토론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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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이런 수업이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가능해졌다. 지난 1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평가가 없어지고, 토론식 수업·진로 체험학습이 시행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중1 학생(2015년 기준) 6826명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경험 여부를 기준으로 학업성취도와 사교육비를 비교 분석해 21일 자료를 내놨다.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학생의 전체 사교육비는 45만4630원인 데 비해 비경험 학생은 47만7140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개발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도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학생의 점수 평균이 217.45로, 비경험 학생 평균 216.21보다 높았다.

김양분 박사는 “자유학기제가 학력 저하나 사교육 확대를 유발한다는 우려는 실증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진로 교육을 통해 학습 동기가 높아지고, 토론 등 참여형 수업을 경험하면서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이 길러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12년 동안 이뤄지는 초·중등 교육이 전체적으로 바뀐 건 없고, 중학교 1학년 단 한 학기만 지필평가를 없앤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비판도 여전하다. 학부모 김모(41·서울 상계동)씨는 “진로체험학습도 분야별로 인원수 제한이 있어 과학 실험반이나 토론 학습반 등 인기 있는 수업은 좀처럼 들을 수 없다”며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체험을 마음껏 할 수 있게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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