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낙진은 없어도

『비에 방사능이 섞여 내린다는데 우산을 쓰면 되나요.』『방사능 비가 내린다는데 교실바깥 청소 안할래요.』 『엄마가 장독대에 비닐을 세겹이나 덮었어요.』
26일부터 시작돼 지구촌의 재난으로 번지고있는 소련체르노빌핵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는 국내에도 낙진공포를 몰고와 사고발생 72시간이 훨씬지난 1일 전국에 비가 내리자 국교교실에서까지 어린이들이 방사능 얘기를 하며 불안해 하고있다.
방송보도나 담임교사를 통해 「방사능 낙진」 얘기를 들은 어린이들은 1일아침 비가 내리자 『비에 방사능이 섞여 내리지 않느냐』 고 부모들에게 묻는가 하면 모두들 우산을 쓰고 등교, 수업시간에도 낙진얘기로 화제를 삼았으며 일부학교에서는 교내방송을 통해 비를 맞지말고 될수있는대로 건물바깥에 나가 놀지 말도록 주의를 주는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사고발생지가 우리나라에서 6천km나 떨어져있고 제트기류를 타더라도 우리나라상공을 직접 지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낙진피해는 크게 걱정할것이 없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처는 l일 상오10시 현재 이번내린 빗속에서는 방사선오염물질이나 자연방사선량 이상의 방사능이 측정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과기처 방사능대책회의는 전국 6개소 방사능측정소에서 하루 3회 낙진이나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는데 1일상오 간이식으로 빗속의 방사능을 측정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는 것.
공기중의 방사능 측정치는 1입방m에 서울이 0·11∼0·19피코큐리, 부산0·05∼0·l, 대전 0·08피코큐리로 평소의 전국평균인 0· 08피코큐리를 크게 넘지않고 있다.
또 지난달28일 이후 방사능측정결과는 시간당 서울이 14.90∼15·30마이크로렌트겐, 부산10 7∼10·9, 대전11·0∼12·1로 지난해 평균치인 16·77을 밑돌고 있다.
한편 중앙기상대는 1일내리는 비는 우리나라 남서부에서 형성된 비구름대로 방사능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학교=서울회기동 K국교의 경우 어린이들의 불안해하는 기색에 1교시 시작전 담임교사들이 아침조회를 통해 『조심을 하는것이 좋지만 우리나라는 안전하다』 고 안심을 시키기도 했다. 서울공덕국교는 1일 상오7시부터 8시까지 1시간동안 실시할 예정이었던 「새마을청소」 를 학생들의 동요와 교사들의 반대로 취소했다.
서울경희국교는 교사들에게 우산을 준비하지않은 학생을파악, 집에 연락해 부모들이 우산을 학교로 가져오도록했고 하교할때 학교버스를 학교건물에 바짝 대어 학생들이 비를 맞지않도록 하라고했다.
◇예방조지=서울 상도국교교장 이윤상씨 (61) 는 『아침실내방송을 통해 비를 맞지말고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집에 돌아가도록 훈화를 했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어린이들의 손발을 씻기는등 주의를 하도록 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창천국교는 이날 예정된 소풍을 연기하고 학생들에게 피해가 거의 없으니 안심토록 계도하는 한편 등·하교때는 반드시 우산을 쓰도록 조회시간을통해 지도했다.
◇가정=서울가락동 H아파트에 사는 김모씨 (49) 는 1일아침 국교5학년과 3학년인 딸이 『아빠, 빗속에 방사능이 섞여있는거지』 하고 물어와 『괜찮다』 고 안심을 시켰으나 『우산을 꼭받고 비를맞지 않도록 하라』 고 주의를 주어 등교시켰다고 말했다.
학부모 손경희씨 (38·여·서울역촌동8의30) 는 『낙진피해가 우리나라엔 거의 없다는 보도를 듣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장독용 비닐로 3겹으로 싸 단단히 봉하고 마당에 내어놓은 화분들도 방안에다 들여놓았다. 이날아침 비까지 내려서 출근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우산만으로는 마음이 안놓여 우의까지 입혀 보냈다』 고 말했다.
◇방사선=인체에 대한 영향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신체적 영향과 유전적 영향이다.
전신에 방사선을 허용량이상 쬐면 구역질, 구토, 설사등의 현상이 일어나며 이어 백혈구와 백혈구의 생산이 중지돼 사망에 이른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는 위장과 중추신경에도 피해를준다.
한편 사람들은 평상시 자연이나 TV 또는 X선사진을 찍을때 방사선을 받는다.
방사선의 순간적인 치사량은 7백렘이며 가슴의 X선사진은 45밀리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