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재고부족·일반미만 찾아 값뛴다|보리46%올라 방출로 값조절 경기특미 한가마 8만5천원|시중쌀7종류나 돼…통일미는 길쭉·일반미는 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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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쌀값과 보리쌀값이 연초부터 예년과 다른「이상오름세」를 보여 서민 가계에 주름살을 지우고 있다. 쌀은 지난 가을 연중 가장 싸야할 수확기에 부쩍 일반미 선호가 불붙으면서 뛰기 시작했고 보리쌀은 재고 부족으로 방출량을 줄이면서 2월부터 크게 올랐다.
정부가 「농협백미공매제」「조곡매출제」등 새로운 쌀을 내놓고 또 보리쌀은 방출량을 늘려 최근에는 값이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지난해보다는 월등 높은 것이 요즈음의 곡가다. 쌀은 한가마(80㎏)도매 7만1천8백95원(농수산부 조사·전국평균)으로 1년전보다 9·1%, 보리쌀은 5만4천6백25원으로 58·8%가 높다. 전보다는 쌀·보리쌀이 가계비에서 차지하 는 비중은 줄어들었다하나 이같은 가격 상승은 가계에 큰 압박을 주고 있다.
쌀·보리쌀값이 올들어 왜이처럼 오르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알아본다

<보리>
한때 남아돌아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보리쌀이 갑자기 가격이 뛰어 귀하신 몸이된 것은 지난 2월부터. 구정(2월9일)이후 정부가 전국적으로 하루 5천가마 이상 내던 방출량을 3천가마로 줄이면서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보리쌀값은 한가마(76·5㎏)에 5만9천원(소매가기준)으로 연초 4만4천원에 비하면 불과 4개월만에 46%가 뛰었다. 보리쌀값은 정부미 신곡이 한가마 6만원이니 쌀값과 맞먹게된 셈이다. 보리쌀값이 이처럼 급등하게된 것은 한마디로 정부의 감산정책 결과 보리 생산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보리쌀 생산량은 75년만해도 1천2백27만섬으로 쌀과 함께 주곡의 위치를 지켰던 것이 80년에는 5백24만4천섬,지난해에는 2백80만2천섬으로 해마다 생산량은 대폭 감소되었다.
보리가 품귀현상과 함께 급등하게된데는 정부의 수급 정책에 문제가 있다. 정부는 보리의 소비가 해마다 줄자 소비를 촉진하고 농민들에게 판로도 확보해준다는 생각으로 84년부터 식용외에 보리를 주정·사료용으로 공급을 시작했다.
이에따라 지난해에는 주정용으로 70만섬, 사료용으로 1백40만8천섬의 보리를공급했다.
이렇게 보리를 식용외로 공급하다보니 보리재고는 대폭 줄었는데 지난해에는 예상외로 생산량이 대폭 줄어 보리수급에 차질을 빚게된 것이다.
바꿔말해 남아도는 보리소비를 위해 새로운 소비처를 마련했더니 이제는 거꾸로 생산이 수요를 대지못하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보리쌀값이 크게 뛰자 지난 18일부터 서울·부산·대전·인천등 4개 대도시에 방출량을 하루 1천2백50가마에서 2천2백50가마로 늘리고 21일부터는 전국의 방출량도 하루 3천가마에서 5천가마로 늘렸다.
이에따라 보리 쌀값도 점차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주정·사료용으로 공급을 못하더라도 식용보리쌀만큼은 소비에 충분한 물량을 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부의 보리재고는 44만섬으로 지난해 같은때 2백10만섬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것. 국민이 먹는 보리는 연간 1인당 지난해 4·3㎏에 불과했고 올해는 4㎏을 넘지않을 것으로 보아 70만섬 내외면 충분해 현재 재고에 올해 생산량을 보태면 물량은 충분하고 따라서 부리쌀값도 내림세로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계산이다.
그러나 정부가 세운 보리수급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보리생산량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식용외에 주정·사료용으로 계획된 보리공급을 위해서는 연간 5백만섬의 보리 생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보리식부면적이 더욱 줄어 보리 생산량은 2백50만섬을 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수요에 필요한 보리증산을 위해서는 수매가격을 올려주어 농민들의 재배의욕을 높여 줘야하는데 그러자니 보리쌀값을 올려야하고 또 정부가 보리를 수매, 방출함으로써 량특적자가 계속 불어난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쌀>
올들어 시중에 나오는 쌀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쌀값 체계도 복잡해졌다. 작년말부터 일반미 선호경향으로 쌀값이 오르자 정부가 가격안정과 정부미 소비촉진을 위해 정부미 판매방법을 다양화했기 때문이다.
요즈음 시중에 나오는 쌀은 일반미 3종류, 통일미 4종류등 모두 7가지. 지난해에만도 일반미·정부미 크게 두가지로 유통되던데 비하면 종류도 크게늘고 그만큼 소비자들로서도 쌀고르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싸전에는 양곡상들이 산지에서 수집 판매하는 일반미와 농협지대미, 그리고 정부가 지난주부터 내기 시작한 곡가조절용 일반미가 있다.
농협지대미는 농협이 독자적인 사업으로 일선농협에서 쌀을 가져다 가공해 파는 것으로 20㎏들이 푸른색 종이부대에 넣어 팔기 때문에 지대미란 이름이 붙은 것.
품질이 믿을만하고 계통출하로 값(한가마 7만8천원)도 싸서 인기가 있는 편이다. 양곡 상들이 수집해 파는 일반미는 보통미와 특미로 크게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밥맛좋다는 경 기미는 제일로 치는 것.
요즈음은 한가마 8만5천원으로 쌀값 상승을 주도하는것도 이 경기특미다. 이 때문에 일반미가 싸전에서 경기미로 둔갑, 말썽을 빚기도한다.
통일미는 올해 정부가 정부미를 여러 형태로 가공해내면서 농협이 공매를 해 파는 백미와 일반 도정공장 에 넘겨 가공해내는 조곡매출제에 의한 통일미등 종류가 다양해졌다.
통일미는 기존 정부미를 제외하면 정부가 과거 10분도로 규제하던 도정률을 올해부터 자율화하면서 11분도 이상으로 깍아 품질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가격은 약간씩 달라 기존정부미는 한가마에 5만6천원(84년산), 농협 백미는 6만1천원(85년산), 도정공장들이 내는 통일미(85년산)는 6만2천원 정도.
특히 도정공장들이 내는 쌀은 가공업체의 이름을 붙이고 어느해 생산된 쌀이냐에 따라 금·은·동 표시를 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금」표시일수록 가장 최근에 생산된 쌀임은 물론이다. 일반 주부들이라고 쌀고르기가 쉽지는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소한 일반미와 통일미의 식별은 쉽다는 양곡상들의 이야기다. 통일미는 고구마처럼 길폭하고 일반미는 보다 둥근 타원형의 모양이다.
쌀은 또 회색빛을 띈 말간색깔을 제일로 친다. 겉부분이 백색인 것은 흰점박이라해서 수확기에 덜여 문것이고 쌀알 한가운데 흰점이 있는것은 일반미와 통일미를 혼합한 개량미다.

<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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