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자유화 시기 재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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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부터 공산품에 대한 수입 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국내 관련 업계들은 비 상이 걸렸다. 오는 7월1일 3백2개 품목에 걸쳐 수입 자유화를 실시키로 예시되어 있는데 예정대로 수입을 개방할 경우 외국 상품에 무너질 품목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시된 개방 예정 품목을 전면 재검토, 국산제품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시설 개체 등 자구 노력이 뚜렷한 경우와 수입 개방이 국내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큰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개방 시기를 1∼2년 더 늦춰 주기로 했다.
25일 상공부에 따르면 이 같은 형편을 고려해 ▲스테인리스 강판 등 6개 종류의 특수강을 비롯해 ▲골판지 ▲고압 고무호스 등을 올해 수입개방 품목에서 제외시킬 방침이다.
특수강의 경우 현재 여건에서 수입을 개방할 경우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일본 제품을 당해 낼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삼미특수강 측은 설비 개체가 이뤄지면 일본과의 경쟁이 가능하다고 판단, 개체 투자가 끝나는 오는 88년까지 수입개방 시기를 늦춰 줄 것을 요청해 왔었다. 삼 미는 이를 위해 85∼88년까지 3백2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고압 고무호스도 금년 7월부터 개방키로 되어 있으나 주 메이커인 동양화성이 미국 유명메이커 파커하니핀 사와 30억 원 규모의 합작투자를 통해 내년 3월부터 국제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므로 국내 시장 개방시기를 1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고지를 원료로 만드는 골판지의 경우 수입을 개방하면 국내 47개 중소 고지 회사들이 결정적인 타격을 보게 될 뿐 아니라 국내 폐 자원 활용이나 외채 절감차원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감안, 2년간 개방시기를 연기할 방침이다.
이 밖에 각종 도자기 류도 7월부터 수입 개방됨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금년 들어 30억 원을 들여 생산라인을 보완하는 한편 최근 자체디자인센터(4억 원)를 만들었고 행남 사도 기술연구소(5억 원)를 설립했으며 업계 전체가 공동주최로 5월중에 도자기 축제를 열어 외국 제품과의 품질 비교를 실시키로 했다.
자동차 부품 류로서는 유리창 와이퍼·스파크플러그 등 이 예정대로 수입 자유화가 실시되는데 국내 업체들이 기술 및 설비 면에서 아직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해 기존 업체들의 상당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트랙터·믹서트럭·트레일러의 경우 품질이 우수한 유럽 제품들이 장기 할부의 금융지원까지 동원해 국내진출을 모색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전자제품 중에서는 12∼19인치 컬러TV를 비롯해 스피커 및 앰프 등 이 자유화되나 최근의 엔화강세 부담까지 늘어나 국내시장 수요가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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