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헌신한 박형규 목사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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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신학자’로 알려진 민주화운동가 박형규(사진) 목사가 18일 93세로 별세했다.

긴급조치 위반 등으로 6차례 투옥
60~70년대 밝힌‘길 위의 목회자’

경남 창원 출신인 고인은 이날 오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택에서 노환으로 눈을 감았다. 박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지냈으며 빈민선교와 인권운동,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헌신해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불렸다.

박 목사는 부산대 철학과에서 수학했으며 1959년 동경신학대 대학원을 마쳤다. 그해 4월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공덕교회 부목사로 부임하면서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60년 4·19혁명 당시 경무대 근처 궁정동에서 결혼식 주례를 마치고 나오던 중 총소리와 함께 피 흘리는 학생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1973년 4월 이른바 ‘남산 부활절 사건’으로 구속됐으며, 1978년 2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유신 체제를 비판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는 등 총 여섯 차례의 옥살이를 했다. 박 목사의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는 35년 만인 2014년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저서로는 『해방의 길목에서』 『해방을 향한 순례』 『파수꾼의 함성』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01호실(02-2072-2020)에 마련됐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아들 종렬·종관, 딸 순자·경란씨 등 2남2녀가 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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