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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폰의 힘…삼성전자 첫 160만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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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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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18일 이 회사 주가는 전날보다 7만4000원(4.73%) 오른 164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2013년 1월 13일에 찍은 종전 최고가(157만6000원)를 3년7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32조3377억원으로 늘었다. 코스닥 전체의 시총(213조8090억원)보다 8.7%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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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삼성전자·블룸버그

이번 주가 랠리는 2013년의 랠리보다 질적으로 우세하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훨씬 탄탄하게 자리잡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어서다.

갤노트7 출시 전날 최고가
외국인, 반도체·OLED 주목
2013년 랠리보다 질적 우세
아이폰7과 경쟁 결과 주목

갤럭시노트7 국내 출시를 하루 앞두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건 우연이 아니다. 노트7은 홍채 인식과 방수·방진 기능으로 체험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18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 40만 대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 갤럭시S7이 비슷한 기간 올렸던 예약 판매량(22만 대)의 두 배 정도 되는 수치다. 블룸버그는 “노트7이 애플을 궁지로 몰아붙였다”며 “갤럭시S7의 기세를 노트7이 이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리서치헤드는 “2013년만 해도 갤럭시S3가 잘 팔리긴 했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여전히 애플의 아류라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며 “갤럭시S7과 노트7으로 애플을 능가하는 기술력을 가졌다는 걸 투자자들에게 인식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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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삼성전자·블룸버그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스마트폰보다 더 주목하는 사업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3차원 낸드플래시와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를 최근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으로 꼽았다.

두 부품은 ▶고급 노트북·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제품이며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커 향후 3년 이상 시장 주도권을 쥘 걸로 금융투자업계는 분석한다.

특히 스마트폰용 올레드 패널은 지난해 이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올레드는 기존 LCD 패널과 달리 휘거나 접을 수 있어 다양한 모양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쓰인다. 양 끝이 휜 듀얼 엣지 스마트폰도 올레드로만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오포·비보·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내년엔 애플도 올레드 화면의 아이폰을 내놓을 거란 게 업계 전망이다. 3D낸드는 동전만 한 노트북용 메모리를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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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삼성전자·블룸버그

김동완 맥쿼리증권 전무는 “스마트폰 시장은 수요가 크게 늘지 않고 경쟁이 심해 언제 이익률이 떨어질지 모른다”며 “삼성전자의 진짜 경쟁력은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한 3D낸드와 플라스틱 올레드”라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의 변수는 스마트폰이다. 부품에 비해 부침이 심해서다. 특히 중국 후발주자의 기술 추격을 얼마나 따돌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은 내수 시장에서 보급형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이 해외 수출용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하면 정면 승부가 시작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3년만 해도 삼성이 중국에 수출하는 스마트폰이 분기당 1700만~1800만 대였는데 지금은 600만~700만 대”라며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작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론 다음달 출시되는 애플의 아이폰 7과 LG전자의 V20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도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서장은 “지금까지 공개된 경쟁력에선 삼성전자가 우세하다는 판단에서 목표 주가를 200만원으로 올려 잡았다”며 “아이폰 7과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느냐가 이익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게 보면 스마트폰 다음 먹거리를 제대로 찾아내느냐가 시장의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지분을 사들이고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의 부품 계열사 인수를 검토하는 등 자동차 관련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주가가 정체된 것은 새로운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는 게 큰 이유”라며 “삼성전자가 돌파구를 찾았다는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면 주가가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심새롬·이소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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