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후최저 금리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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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동경=최철주특파원】일본은 지난80일간에 3차례에 걸쳐 모두 1·5%의 재할인율을 인하함으로써 3·5%라는 전후 최저금리수준에 도달했다. 이번 일본의 금리인하에 앞서 미국과 영국도 재할인율 및 기준금리를 내려 세계가 저금리시대를 맞고 있다.
일본의 이번 금리인하는 미국과의 협조적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일본이 뒤따라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으면 달러가 폭락하고 미국으로 유입된 일본의 여유자금이 역 류, 줄줄이 빠져나가 재정적자를 메우기가 힘들 것이라는 미국의 계산이 일본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했다. 19일 일본은행의 재할인율 인하발표는 미국에 대한 종속적 금융조치라는 비판마저 일고있다.
미국이 서둘러 재할인율을 인하한것은 경기가 예상외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올해1·4분기 GNP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았으나(연율3·2%) 재고가 증가하고 광공업생산지표가 악화하는등 경기가 여전히 활력을 갖지 못하고있어 시계에 먹구름이 걷히지 않는 상태다.
미일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엔화시세는 계속 강세국면을 나타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주말에는 동경과 뉴욕외환시장에서 투기자금이 엔화에 집중되어 시세가 뛰어오르자 일본은행이 시장에 개입, 약10억달러를 사들였으나 달러화 매기가 너무 강해 엔화상승세를 꺾는데 실패했다.
동경시장에서는 한때 1달러당 1백71·7엔이라는 최고의 엔화강세 기록이 돌파됐으며 이같은 상승기미가 누그러질 분위기가 아니다.
일본이 허겁지겁 외환시장에 개입할때 미국은 왜 팔장을 끼고 지켜보고만 있었을까.
일본정부나 경제계는1달러당 1백80엔선에서 정착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미국은 무역역조를 시정하기위해 엔화강세가 어느정도 가속화되기를 희망하는 기본입장의 차이가 있다. 유럽국가들도 미국과 같은 의견들이다.
결국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의 동조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일본은행 단독개입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점, 또 미국 경기가 계속 불투명하다는 점, 이밖에 서독이 금리를 인하할지 태도가 불분명하며 마르크화의 대달러시세 상승이엔화 강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어 엔화시세를 안정시키려는 일본정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리비아간의 군사대결로 아랍국가들이 미국에 묻어두었던 재산을 빼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달러화에 대한 불안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엔화에 대한 투기 매입이 우려되고 있다.
「스미따」(등전지) 일본은행 총재는 만약 엔화상승세가 멈추지 않으면 재할인율을 더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의 도매물가는 지난 3월 현재 1년전에 비해 무려8·1%나 하락한점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높은 수준에 있으며 아직도 금리인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급속한 엔화강세 진행으로 수출관련업계로부터 심한 반발을 받고 있는 일본정부는 미국의 압력도 중화시킬 겸 일단 금리를 인하했으나 기업이 설비투자를 증가시킬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미일간의 장기금리차가 2·5%까지 좁혀지자 대미투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일본의 잉여자금이 국내로 되들어와 주식 및 토지투기로 몰리고 있으며 동경중심지의 땅값은 연율 50%의 과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골프회원권도 1년에 1백∼2백%까지 뛰었다. 금리인하는 이 같은 투기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
3차에 걸친 재할인율 인하로 일본의 상장기업체들은 1천6백25억엔의 경상이익이 증가된 반면 금융수익이 감소될 것 으로 전망, 금전신탁운용을 강화하면서 저금리하에서 사채를 발행, 직접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5백억달러 무역흑자국」일본은 공공 및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짜내 내수를 확대시키려 하고 있으나 아직은 첩첩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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