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 “사드, 제3 후보지 배치 검토” 첫 공개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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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이 17일 경북 성주를 찾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하는 군민들에게 “사드 배치 설명이 부족했던 점을 사과한다. 제3후보지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 달 만에 성주를 다시 찾은 한 장관이 이재복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성주=프리랜서 공정식]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7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제3 후보지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성주 사드배치 철회투쟁위’와의 간담회에서다.

“군민들 뜻 모아오면 재검토 할 것”
“사전 설명 부족, 이해 못구했다” 사과
주민 100여 명 항의…몸싸움은 없어

한 장관이 제3 후보지 검토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성주 투쟁위도 “내일 오후 군민 간담회에서 제3 후보지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황희종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등 국방부의 사드 실무자 5명과 함께 25인승 버스를 타고 성주군청에 도착했다. 지난달 15일 황교안 국무총리를 수행해 방문한 이후 33일 만이었다.

군청 입구에서 한 시간 전부터 한 장관 일행을 기다린 성주군민 100여 명은 한 장관이 모습을 보이자 “사드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한 장관은) 미국 국방부 장관이냐”고 소리쳤다. 거센 항의는 있었지만 계란 세례나 몸싸움은 없었다. 김천시 농소면 주민 50여 명도 군청에서 성주군민과 함께 사드 배치에 대해 항의했다. 성산포대를 대신해 거론되는 제3 후보지가 김천시 농소면·남면과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간담회는 오후 2시부터 성주군청에서 진행됐다. 한 장관은 투쟁위 간부, 주민 30명과 만난 자리에서 “성주군민들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이해를 구하지 못한 점에 사과한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위적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미사일만 제거한다면 사드 배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한 장관은 먼저 20분 동안 군민들에게 사드 부지 선정 과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군사적 효용성과 주민 안전성, 건설 비용 등 6가지 평가 항목을 담은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보여주며 성주가 사드 배치 최적지로 결정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성주 투쟁위가 요구했던 배치 후보지에 대한 평가 결과와 시뮬레이션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제3 후보지에 대한 언급은 성주 투쟁위원 중 한 주민이 먼저 꺼냈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한 투쟁위원이 “대책팀을 만들어 제3 후보지를 검토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주민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고 일부는 간담회장을 나갔다. 잠시 뒤 한 장관이 나서 “지역에서 의견을 모아주면 제3 후보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성주가 지역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성주 지역에는 성산포대 외 적합 지역이 많다.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김관영 경북도지사는 “정부와 투쟁위가 마주 보는 열차처럼 달리다가는 서로 안 좋으니 지혜롭게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드 전자파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투쟁위 관계자는 “다른 질문도 있었고 국방부 설명도 있었지만 오늘 간담회에서 새로운 얘기는 (한민구) 장관이 직접 제3 후보지 얘기를 꺼낸 것”이라고 전했다.

제3 후보지에 대한 언급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TK) 지역 국회의원과 면담한 자리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당시 “성주군 내 다른 지역으로 사드 부대 주둔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3 후보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국방부는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새 후보지로 꼽히는 롯데 스카이힐 성주 골프장을 실무진이 답사하는 등 입장을 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시간에 걸친 간담회가 끝난 후 국방부는 “한 장관의 이번 방문은 사드 배치를 위한 대화의 시작이며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성주 투쟁위는 18일 오후 2시 군민 간담회를 열고 사드 배치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박성훈 기자, 성주=김윤호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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