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 트럼프, 선거 캠프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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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과 공화당 내분으로 곤욕을 치르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미국 대선을 82일 앞둔 17일(현지시간) 선거 캠프를 개편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캠프 CEO에 강경 보수주의자 배넌
수석고문 컨웨이 선대위원장 임명

AP통신은 이날 트럼프가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 브라이바트의 스티븐 배넌(사진) 회장을 캠프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하고 켈리언 컨웨이 캠프 수석고문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부터 선대위원장을 맡아온 폴 매너포트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캠프 1인자에서 밀려나 사실상 좌천됐다. 트럼프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개편 사실을 밝히며 “배넌과 컨웨이를 오랜 기간 알고 지냈다. 그들은 훌륭한 이들이고 승리자들이다. 우리는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위원장으로 승진한 컨웨이는 “이번 개편은 대대적인 개혁이 아니라 막바지 선거 운동에 대비하려는 확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배넌은 선거 캠프 경험이 없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매체 브라이바트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등 진보 인사를 맹렬히 공격해왔던 강경 보수다. 여론조사업체 폴링컴퍼니의 회장 겸 CEO인 컨웨이는 CNN 등 방송에 정치 평론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그는 2012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캠프 수석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두 사람을 캠프 최고지도부에 포함시킴으로써 트럼프는 본선을 맞이할 ‘주먹’과 ‘두뇌’를 새로 갖추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개편은 이번 선거에서 중대 고비에 직면했음을 깨달은 트럼프의 위기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매너포트가 과거 우크라이나 친 러시아 세력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NYT는 지난 15일 매너포트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친러 성향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책고문으로 일하면서 1270만 달러(약 140억원)의 현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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