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트호벤 '오~피스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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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은 진지한 결승전, 후반은 유쾌한 한바탕 쇼였다. 쏟아진 폭우가 축구 경기를 '즐거운 난장'으로 바꿔버렸다.

'월드컵 3총사' 거스 히딩크 감독.박지성.이영표가 속한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이 2003 피스컵 국제축구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아인트호벤은 2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올림피크 리옹(프랑스)과의 결승전에서 전반 페널티킥으로 얻은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 1-0 승리를 거뒀다.

아인트호벤은 트로피와 상금 2백만달러(약 24억원)를 받았고, 리옹은 50만달러(약 6억원)를 받았다. 기자단 투표로 뽑은 대회 최우수선수(골든볼)는 85표 중 44표를 얻은 박지성에게 돌아갔고, 득점상(골든슈)은 두골을 넣은 5명 중 어시스트 2개가 있는 반 봄멜(아인트호벤)이 받았다.

초반은 탐색전이었다. 양 팀은 창끝을 겨누고 순간의 빈틈이라도 있으면 파고들어갈 기세로 팽팽하게 맞섰다. 두 팀은 최종 수비라인을 바짝 끌어올려 공수 간격을 좁혔다. 공격수들은 부지런히 전후좌우로 달리며 공간을 만들려 애썼다.

아인트호벤은 전반 22분 행운의 골을 얻었다. 볼을 몰고 왼쪽 사이드를 질주해 페널티지역으로 들어온 아리옌 로벤이 상대 수비와 충돌해 넘어졌다. 일본인 오카다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냈다.

로벤에게 시뮬레이션(속임동작) 반칙을 주는가 싶은 순간 주심은 리옹 수비수 르플랑드르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리옹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봄멜이 강하게 오른발로 차넣었다. 벤치의 히딩크 감독도 계면쩍은 표정이었다.

폭우 속에 후반이 시작됐다. 5분 박지성의 오른쪽 코너킥을 반 데르 스하프가 노마크 헤딩슛했으나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리옹은 13분 고부와 교체된 주니뉴의 프리킥을 파트리크 뮐러가 살짝 발꿈치로 방향을 바꿨으나 이 볼도 골문을 외면했다.

'쉭쉭'소리를 내며 비는 계속 퍼부었고, 배수 시설이 뛰어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도 물 웅덩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힘껏 차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볼을 향해 양팀 선수들은 몸을 던졌다. 완벽한 '논바닥 축구'였다.

후반 30분쯤부터는 패스해도 볼이 중간에서 멈추자 선수들은 볼을 띄운 다음 뻥뻥 내질렀다. 동네 축구가 따로 없었다. 대회 조직위는 2회 대회를 2005년 7월 한국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정영재.강인식 기자

◆결승전 전적
아이트호벤 1: 0 리옹
득 반 봄멜(전22.아인트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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