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는「제2의 낫세르」열망|내우외환 겪는 리비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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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방측에서는 세계의 기준에서 볼 때「카다피」의 행동은「정신장애자」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8년 간 그가 정권을 유지해 온데는 민족주의를 내세운 그 나름대로의 논리가 리비아와 아랍세계에서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29세 때 왕정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카다피」는 자신의 정치목표가 순수한 회교주의 국을 건설하는 것으로 이를 전 아랍세계로 펼쳐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제2의「낫세르」가 되기를 열망했다.
「카다피」는 이어서「제3인터내셔널이론」이란 독특한 정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서 그는 리비아혁명은「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립되는 것. 완전중립·비동맹·평화공존」이라는 원칙을 밝혔다. 그리고 리비아의 나아갈 길로서『정의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회교사회주의 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카다피」의 혁명사상은 그 자신이 쓴『녹색의 책』안에 들어 있다.「카다피」는『서구민주주의는 실제로 독재나 마찬가지다. 정당은 독재자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과반수주의는 소수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다. 의회는 국민의 의견을 올바로 대표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인민위원회에 의한 이상적인 직접민주정치를 부르짖었다.
「카다피」는「낫세르」가 수에즈운하에 있던 영군 기지를 접수한 것처럼 70년 리비아국내에 있던 미-영군 기지를 폐지했다. 미-영국계 석유회사를 차례로 국유화, 막대한 석유수입을 기반으로 세계혁명을 목표로 삼고 나섰다.
「카다피」의 이러한 조치는 그러나 이미 체제화 된 세력에는 그들의 기존 권리를 빼앗으려는 것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았다.
이에 필연적으로 마찰이 빚어지고 내부에서도 알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69년 집권이후「카다피」에 대한 군인들에 의한 암살기도는 최소한 8번 이상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1년 12월에는 승용차를 타고 가던 중 저격을 받아 턱을 관통 당하는 부상했었으며 84년 5월에는 30여 명의 무장군인들이「카다피」의 거처에 로키트 포 공격을 강행한 사건도 있었다.
「카다피」에 대한 군부의 불만은 리비아의 정치·행정·입법 및 정보활동을 도맡고 있는 혁명위원회가 군부의 권위와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있는데 대한 반발이 주 요인이다. 혁명위원회는「카다피」의 독특한 혁명이념에서 조직된 것으로 군부의 통솔력에 빈번히 간섭, 군부의 불만을 사 왔다. 이 같은 군부와의 갈등은 최근 인접국 차드에서 벌어진 내전에 리비아 군 5천명을 파견하면서 의견이 대립돼 첨예화했다.
차드 파병 및 이집트에 대한반목 정책을 반대해 온 정권 내 3인자「하산·이스칼」대령이지난해 11월 살해된 사건도 이 같은 암투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부의 분열뿐 아니라 최근 유가폭락에 따른 경제악화는 리비아정세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리비아의 국민총생산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석유 수입은 81년 2백20억 달러에서 85년 80억 달러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 때문에 외국건설업체에 발주한 대형공사들이 상당수 중단된 상태이고 소비재생산이 감축돼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도 흔해졌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카다피」는 지난해 소련으로부터 10억 달러상당의 무기를 구입,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반면 엘리트계층과 군 간부들에 대해 제공하던 경제적 특혜가 줄어 불만도 고조돼 왔다.
이외에도 해외에 나가 있는 반정부 단체의 활동도「카다피」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해외 반정부 단체는 현재 전 외상「알·후니」가 조직한「국가연합」, 전 인도주재 대사 「마가리프」가 결성한 「리비아 구제민족전선」등 7개 단체가 영국·이집트 등에서 국내의 반「카다피」세력과 연계해 정권전복을 위한 각종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다.「카다피」는 80년 초부터 해외에 암살단을 파견, 반체제 망명인사 9멍을 암살하는 등 적극적 대응책을 펴고 있으나 근절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산층의 경우「카다피」의 통치방식에 불만을 품은 계층이 넓게 퍼져 있으며 이와 함께 교수·학생들의 반정부운동도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82년 6월 반정부 교수·학생 50명이 국외 추방되기도 했다. <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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