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돈 몰리는 ETF…주가 많이 올랐는데 괜찮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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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시중은행 금통장(골드뱅킹)에 가입한 직장인 이정환(43)씨는 가파른 금값 상승 덕에 상반기에만 22%의 수익을 올렸다. 금통장은 국제 금 시세와 원·달러 환율을 따져 금을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그는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이씨는 “금통장 대신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동료는 수익률이 35%에 달했다”며 “가격 상승폭은 같은데 상품에 따라 수익률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니 속이 좀 쓰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금 투자 방식에 따른 세후 수익률은 해외 ETF(20.8%), 국내 ETF(20.0%), KRX금시장(17.5%), 금 통장(14.4%) 순으로 격차가 꽤 컸다.

ETF의 인기가 뜨겁다. 6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두 달 사이에 1조원 이상의 투자자금이 ETF로 유입됐다. 시가총액도 최근 1년 동안 3조원이나 늘어나 23조원대에 이른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종목수도 225개로 늘었다. 가파른 성장세에 1.9% 수준인 코스피 시장 대비 ETF 자산규모는 조만간 2%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ETF는 코스피200 등 특정 지수나 원자재, 특정 업종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가격이 결정되는 펀드다.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투자자의 관심이 ETF에 쏠리는 건 일단 성적이 좋아서다. 올 들어 시장수익률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목표로 펀드매니저가 공격적인 운용 전략을 구사하는 액티브펀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주요 지수와 유사한 성과를 목표로 하는 인덱스펀드는 대체로 좋은 성과를 냈다. 대부분의 ETF는 기본적으로 인덱스펀드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특정 지수에 연동하기 때문에 리스크 분산 효과가 크고, 거래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목표수익률이 낮을 땐 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줄이는 게 중요한데 ETF는 일반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낮고, 매도할 때 거래세가 붙지 않는다. 언제든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에 변동성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ETF의 장점 중 하나다. 최근 외면받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갖고 있다. ELS는 특정 지수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ETF와 비슷하지만 갑작스런 악재가 닥쳤을 때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ETF가 괜찮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비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년과 달리 올 하반기엔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ETF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며 “그 중에서 변동성이 낮고 내재가치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 속에 신흥시장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신흥국 ETF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많이 상승해 부담스럽다면 원자재나 채권형 ETF로 시선을 돌려볼 만하다. 연초 대비 수익률 상위 10개 ETF 중 4개는 금과 은·원유 등 원자재 관련 ETF였다. 채권형 ETF도 대부분 연초 이후 3% 전후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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