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부장판사’는 진경준 판박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제네시스(현대차) 대(對) 레인지로버(랜드로버사)’.

둘 다 고가 차량 공짜로 받은 의혹
기업인과 함께 해외여행도 닮은 꼴
대법원, 부장판사 6개월 휴직인사

진경준 전 검사장이 게임업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48) NXC 대표로부터 고급 세단인 ‘제네시스’를 뇌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현직 부장판사가 고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레인지로버’를 공짜로 건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두 사건을 두고 데칼코마니(판박이)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가 수사 중인 ‘법원 로비 사건’은 수도권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지난해 중고 외제차인 레인지로버를 거래하는 것처럼 꾸미고 사건 청탁 및 금품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다. 외견상으로 정 전 대표는 본인 소유인 레인지로버를 김 부장판사에게 5000만원에 매각했다.

현재 김 부장판사는 “정상적인 중고차 매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정 전 대표가 차량 매각대금 명목으로 현금을 화장품 박스에 담아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 이모(구속)씨를 통해 김 부장판사에게 돌려준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네이처리퍼블릭의 대표 제품인 ‘알로에 젤’의 짝퉁을 제조·판매한 업자 한모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맡아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짝퉁 9만 개를 만들어 판 혐의(상표법 위반)로 기소된 한씨는 1심에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은 “비슷한 사건이 있어서 형평성을 맞춘 판결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차량 무상 거래 의혹은 김정주 대표로부터 2008년 넥슨 명의의 법인 리스 차량이던 제네시스를 무료로 제공받아 사용한 뒤 이 차량(3000만원 상당)을 돈 한 푼 내지 않고 넘겨받은 진 전 검사장 사건과 유사하다. 진 전 검사장이 넥슨 주식 1만 주(4억 2000만원 상당)를 공짜로 제공받을 때 위장 거래를 했던 점도 비슷하다.

해외여행을 함께 간 것도 닮았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와 베트남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김 부장판사는 “지인과의 통상적 여행”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정 전 대표가 ‘판사 관리용’으로 여행에 동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진 전 검사장도 김 대표와 함께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니고 경비를 지원받았다.

한편 대법원은 16일 김 부장판사의 청원휴직신청을 받아들여 17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6개월 휴직인사 발령을 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