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석 2층버스로 출퇴근, 조금 느리지만 앉아가니 편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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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버스 승객들은 “앉아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의자의 앞뒤 간격이 좁은 것은 불편해 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

“아침 출근길 정류장에 서 있다 2층 광역버스가 오면 마음이 놓입니다. 앉아갈 수 있으니까요.”

작년보다 입석 절반으로 줄어
이용객 79% “출퇴근 불편해소”
“좁은 좌석 폭, 주행속도 개선해야”
경기도 “2018년까지 423대 도입”

“안전 운행도 좋지만 일반 광역 버스에 비해 서울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은 것은 문제입니다.”

도입 1년을 앞둔 경기도 2층 광역버스(빨간색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 얘기다. 입석 승객 줄이기와 안전 운행을 위해 도입한 2층 버스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앉아서 갈 수 있는 것은 장점으로 꼽히지만 일반 광역 버스에 비해 10~15분 정도 더 걸리는 등 느린 속도는 불만이다. 2층 버스는 운행 규정상 최고 80㎞로 달린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2층 버스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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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6시20분 김포 차고지를 출발해 서울시청까지 운행하는 8601번 2층 버스 안. 첫 번째 정류장인 은여울 마을에서 10명의 승객이 올랐다.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정류장에서는 8명, 22명이 탔다. 72개 좌석이 꽉 찬 것은 12번째 정류장인 풍경마을이다.

이날 10번째 정류장에서 승차한 소정길(39)씨는 “평소 2층 버스만 골라 탄다”며 “1시간 30분 넘게 걸리는데 서서 가면 다리도 아프고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남양주 진접신도시에서 서울 잠실까지 운행하는 8012번 2층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신민지(20·여)씨도 “정류장에 긴 줄을 볼 때면 ‘제발 2층 버스가 왔으면 좋겠다’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2층 버스가 불편하다는 승객도 있다. 8601번을 이용하는 김미정(37·여)씨는 “의자의 앞뒤간격, 옆자리와의 공간이 좁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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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601번 승객들은 버스에 오르자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입석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중간 정류장인 당산역까지 40분 동안 2층 승객들은 대부분 잠들어 있었다. 2층 버스는 이날 오전 6시20분에 출발해 8시30분에 서울시청에 도착했다. 15분 뒤 출발한 일반 광역 버스는 1분 뒤에 도착해 운행시간의 차이를 보였다.

일부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승객 대부분은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2층 버스를 선호했다. 2층 버스 도입 후 일반 광역버스에서 서가는 승객도 줄었다. 경기도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 말까지 5개 노선 9대의 2층 버스 운행정보와 이용객 만족도 등을 분석한 결과다.

분석에 따르면 8601번 노선의 경우 2층 버스 도입 이후 1회당 평균 입석자(서가는 승객)가 올 3월 말 기준 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8.8명보다 49.9% 감소했다. 8012번도 9.3명에서 5.8명으로 줄었다. 승객수도 2층 버스는 하루 평균 1회 운행시 69명(모두 앉아감) 일반 광역버스 52명(8명은 입석)보다 많았다. 두 버스의 요금(교통카드 2400원)은 동일하다.

2층 버스 이용승객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 280명 중 78.9%가 “출퇴근 불편해소”를 꼽았다. 반면 좌석 간격 폭 등 개선(20%), 주행속도 개선(7.5%) 등을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경기도는 이용객 만족도를 바탕으로 2층 버스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제기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도입은 당장 10월부터 이뤄진다. 수원역~강남역(3000번), 수원역~사당역(7770번), 남양주~잠실역(1670·1001번), 김포~서울시청(8600·8601번) 등 6개 노선에 10대가 투입된다. 또 안산, 파주 등 연말까지 5개 노선에 9대가 추가된다. 도는 2018년 말까지 모두 423대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2층 버스 가격이 대당 4억5000만원으로 고가인 게 문제다. 일반 버스(1억5000만원)의 세 배 수준이다. 현재는 2층 버스 도입비용은 도와 해당 시(市), 버스업체가 3분의 1씩 나눠서 내고 있다.

경기도 임성만 굿모닝버스추진단장은 “2층 버스 도입으로 출퇴근 입석 문제 해결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제는 예산인데 2층 버스 도입을 지역문제가 아닌 ‘광역교통망개선’ 문제로 인식해 정부의 뒷받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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