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주머니 모임 「스마일 산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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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산불이 날 때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희들은 유독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16년째 매주 전국의 산들을 오르내렸더니 이젠 이름만 들어도 어디에 있는 어떤 산인지 눈에 선할 정도거든요.』
지난71년 6명의 「등산 벗」들로 시작되어 현재 회원 수 3백80여명의 큰 모임으로 자란 스마일산악회 신예순 회장(65) 의 산불유감. 50세 때 간 경화증으로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선고를 받은 뒤 가까운 친구들과 산을 찾기 시작한 그는 놀랍도록 건강을 회복하여 이젠 「운동선수 못지 않은 폐활량」 을 자랑한다.
등산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자 그냥 등산을 즐기는 사람 뿐 아니라 당뇨병· 비만증·심장병·불면증 및 갖가지 신경성 질병으로 시달리는 주부들이 모여들어 「산 벗」으로 사귀게 됐다는 것.
40대에서 60대까지의 주부가 대부분인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 도봉산 입구에 모여 산에 오르고 한 달에 한번씩은 어김없이 서울을 벗어나 먼 곳의 산을 찾는다. 이제 남한의 웬만한 산들은 안 가본 곳이 없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멋과 맛을 느낀다는 이기남씨 (62) .그 아름다운 산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들을 볼 때마다 한심스럽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어떤 땐 스무 부대 정도나 주워 가지고 내러오기도 한다고.
산꼭대기에서의 비길 데 없는 기분이며 자연과의 말없는 대화를 통해 얻은 넉넉한 마음을 누리게된 이 회원들은「베푸는 삶」 에도 관심이 커 지난해에는 6천 만원 가량의 기금을 모아 장학재단도 만들었다. 집안사정이 어려운 실업계 고등학생 3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있는데 회원들의 호응이 점점 높아져 현재는 장학기금이 1억 원을 넘어섰다고.
『산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는지요. 우리도 산처럼 마냥 베풀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산 아주머니」 들의 산 자랑이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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