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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의 이름으로…1억 모금해 파산 위기 모면한 변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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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전문' 박준영(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 [중앙포토]

‘재심(再審)사건 전문’ ‘무료 변론’을 주로 해온 박준영 변호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시민들의 도움으로 파산을 면했다.

스스로를 망한 변호사라고 고백하고 스토리 펀딩에 나선 것이 시민들의 후원을 이끌어 낸 것이다.

박 변호사는 지난 11일 ‘석 달 안에 1억원 모금’을 목표로 포털 사이트에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란 글을 올리고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사흘 만인 14일에 후원금 1억원을 돌파했다. 15일 저녁 기준 모금액은 1억1700만원이 넘게 모였으며 후원한 시민은 3000명이 넘는다.

박 변호사는 2007년 수원의 한 고등학교 화단에서 발생한 ‘수원 노숙소녀 폭행치사 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을 받으면서 재심 전문 변호인의 길을 걷게 됐다. 최근엔 '삼례 3인조 강도 치사 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미성년자나 지적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범인으로 지목돼 옥살이를 한 사건에 집중했다.

법원의 재심 결정을 받아내는 일은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수사 기관의 도움없이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야 하고, 그 증거는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일 만큼 결정적이어야 한다.

총 4건의 재심을 이끌어낸 그에게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인권 옹호와 사회적 약자 지원활동 등 공익 실현에 기여한 공로로 박 변호사를 ‘제3회 변호사공익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재심 사건을 무료 변론하면서 수원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은 10개월째 월세를 밀렸고, 이달 말까지 비워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때 변호인 2명과 직원 4명을 고용하기도 했지만 월급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부터 혼자 일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결국 자신의 사연을 포털 사이트를 통해 알리고 시민의 후원을 받았다. 박 변호사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권리 침해를 막는 데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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