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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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일상오시 고대서관l32호실. 「동양사상 입문」시간 김용옥교수 (38·동양철학)가 여느때처럼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교단에 섰다. 『잘못된 것,고쳐야할 것. 아픈 것을 그대로 말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학자의 한 사람으로 더 이상 교단을 지킬수 없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뜻밖의 「강의」에 6백여 수강생들은 충격을 받은 듯 술렁거리다 이내 침통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었다.
「양심선언」으로 「마지막 강의」를 하는 김교수의 표정또한 창백했다.
미리 준비한 양심선언문에는 「나의 동양사상입문 마지막 강의 속에서」라 쓰고 낙관까지 했다.
『학생들의 진리에 대한 배반할 수 없는 강한 신념과 당연히 말해야할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그것을 초월하는 진리가 있다 해도 정당화될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며 『양심을 지키기 위해교단을 떠난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지난달 28일에 있었던 고대교수 28명의 「시국선언」에도 언급, 『매우 정당하고 자랑스러운 행동이지만 현실을 표현하는 길은 매우 다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서명 (시국선언) 교수와 비서명교수를 2원적 논리로 바라보게까지 만든 현 상황이 원망스럽다』고 현학적 주석을 달기도 했다.
『동양에서의 은둔은 현실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이다』라는 함축성있는 한 마디를 끝으로 학교측에 사표를 낸 김교수는 10일 현재 주위에 소재를 알리치 않은채 행방을 감추었다. <이덕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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