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조순형 민주당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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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총체적 위기라는 말이 실감나는 지금이다. 나라 어느 한구석 편한 데가 없다. 경제.외교안보는 위기 경고음을 발한 지 오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무원칙한 갈등 조장형 국정운영이 그 근본 요인이지만 盧정부를 지탱해줄 여당의 부재도 한몫했다. 민주당은 버팀목이 되기는커녕 걸림돌이 됐을 뿐이다. 盧정부 출범 전부터 신당문제로 집안싸움에나 열중, 국가적 혼란만 더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대기업에서 대선자금 2백억원 모금' 폭로는 여권을 극도의 혼돈 상태에 몰아 넣고 있다. 盧정부 태동의 특등 공신이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조순형 의원을 김현일 논설위원이 만나 국정 혼선의 원인과 해법은 과연 있는지를 물었다.

-대통령이 듣기 거북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무슨 말이 없었나요.

"없습니다. 오히려 아무 소리가 없으니 궁금하네요."

-지난 대선에서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봐주는 것 아닙니까.

"할 말을 했으니 그럴테죠."

-鄭대표의 대선 자금 발언으로 난리입니다. 당 공식기록과 사무총장 말이 다르다고 질책하셨는데.

"돈 안 드는 획기적인 선거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 큽니다."

-선관위에 신고한 2백여억원은 안 믿기는 액수입니다. 그렇게 자랑하던 돼지 저금통도 뒤죽박죽이고. 실제 어느 정도 썼습니까.

"과거 대선과는 비교가 안 될 것입니다. 몇 천억원대는 아니고 몇 백억원대겠죠."

-위법소지가 다분해 여간 심각한 게 아닙니다. 어떻게 추슬러야 합니까. 鄭대표는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원칙대로 해야죠. 더구나 의혹 자체가 야당이나 언론.사정기관에서 제기된 게 아니고 내부에서 제기됐습니다. 게다가 하루 지나면 내용이 달라지고 대표와 총장 말이 다르니 외부 기관에 실사를 받아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고 법적 책임도 져야 합니다. 대통령은 고해성사하자고 했는데 잘못했어요. 본인이 자금 내역을 모르더라도 결국 자신의 당선을 위해 쓰여진 것 아닙니까. 결국 책임은 그에게 있지요. 특히 잘못이 있어도 면책을 하자는데 우리 법에 면책이 어디 있습니까. 사법권 남용(침해)이고 위헌적입니다. 검찰에서 기소유예는 할 수 있지만 면책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입니다. 盧대통령이 정면돌파를 한다는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鄭대표는 검찰 조사를 피하는데요.

"좋은 모습은 아니죠. 의원의 비리를 감싸기 위한 방탄국회도 잘못입니다. 鄭대표가 신당 논의를 출두거부 이유로 드는데 그건 사실입니다."

-신당문제는 언제 결론이 납니까.

"열흘 정도. 한나라당 탈당의원 5명이 독촉하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려우니까요."

-신당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일부 탈당으로 시작되겠지요."

-분당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누가 탈당하나요.

"신주류 강경파들이죠."

-그렇다면 통합신당은 어렵다는 얘긴데 趙의원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분당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신당을 할 수 있는데…."

-분당되면 어느 쪽이 여당입니까.

"어떤 의원은 대통령이 민주당으로 당선됐으니 탈당할 권리가 없다고 얘기했지요. 대통령이 신주류가 탈당해 만드는 당에 입당하게 되면 비난 여론이 엄청날 것입니다."

-신당도 신당이지만 여당으로서 할 일은 전혀 하지 않았으니 무책임하고 염치 없는 것 아닙니까.

"할 말 없어요. 여당이 이렇게 정비도 안되고 역할과 소임을 못하는 것은 초유의 사태입니다. 정치력이 빈약하다는 증거지요."

-盧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대중 동원정치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요.

"부산 인사들에게 10석만 있으면 된다, 과반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말이 됩니까. 민주당 의원을 기반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데 무슨 구상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청와대의 국정운영 행태.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국정을 조직체계에 의하지 않고 대통령이 주요 국정 현안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책임총리제를 공약하고 왜 실천을 안 합니까. 농림부 장관 인선에도 총리 얘기는 없고. 대화와 타협도 좋지만 법과 질서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하는데 편향적 시각을 갖고 하는 것 같아요. 대통령의 말.어휘도 그렇고 표현도 부정적이어서 비판을 받곤 합니다. 대통령은 말을 많이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공무원을 모아놓고 특강이나 해서야. 인사도 문제지요. 국민의 정부 인사도 잘못됐는데 盧정부 역시 인사가 잘못되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청와대 주변 인사가 문제입니다. 인수위 시절 당선자에게 '측근을 한 사람도 데리고 들어가지 말라. 공무원 위주로 하라'고 조언했는데 거의가 국정경험이 없는 사람 위주로 짜있어요. 여러 시행착오도 그런 데 원인이 있지 않나 싶어요. 청와대 직책.편제도 잘못됐고, 지금이라도 바꾸고 인사도 새로 해야 합니다."

-정부 정책이 갈팡질팡입니다.

"후보 시절 준비 부족이 큰 이유 같아요. 그렇다면 인수위 두달 간이라도 잘 활용했어야 했는데…국정지표도 일관되지 못하고. '동북아 중심국가'라고 말하다 몇달 새 '2만달러 시대'로 바꾸니. 즉흥적으로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대통령의 '못해 먹겠다'는 푸념을 어떻게 보십니까.

"인권변호사에서 국정 최고책임자로 변신 과정이 너무 빨라 혼돈을 겪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대통령의 능력이나 순발력을 볼 때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때문이라도 청와대와 내각 인사는 다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너무 내편.네편을 구별하는 것이 아닌지요.

"그게 과거에서 변신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입니다. 코드 맞는 사람만 주변에 배치했으니."

-대통령의 언론관은 오기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일부 신문은 적대시하고.

"국민통합적 측면에서라도 자꾸 적을 만들면 안 됩니다.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입니까. 말이 불씨가 되니 말할 기회도 줄여야 할 텐데…길게 오래하니."

-대통령이 상대와 장소에 따라 말을 바꾸는데요.

"일관성이 없어 탈입니다. 한총련 문제도 그렇고. 즉석 발언이 잦다보니 그런데 자제해야지요."

-집단이기주의의 극성으로 나라 장래가 걱정입니다.

"대통령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특정 세력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버리고 일관성 있게 밀고나가야 합니다. 이익집단들의 실력행사를 방치하면 법과 질서가 무너집니다."

정리=신용호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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